“응급실에 의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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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 의사가 없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0.10.15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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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하던 환자 두고 1시간 이상 자리 비워
“자주 있는 일 아니다. 지자체도 지원해야”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에 의사가 자리를 비운다면, 그것도 진료를 하던 환자를 두고 모습을 감춰 버린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5일 오후, 옥천군 동이면 농공단지에서 지게차 작업을 하던 최성민 씨(25, 가명)가 작업 도중 지게차에 치여 복부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회사 직원들에 의해 급히 옥천읍 소재 옥천S병원으로 옮겨진 최 씨는 응급실로 향했다. 이때가  6시 13분.


일단 병원 관계자의 요구대로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다음 치료순서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당시 치료를 담당하던 의사가 사라져 버렸다.
최 씨는 밀려 오는 통증을 참아가며 이제나 저제나 담당의사가 올까 하며 기다렸다.


이때 소식을 듣고 달려 온 최 씨 가족이 병원에 항의를 했다. “응급환자를 두고 담당 의사는 어딜 갔느냐고”. 하지만 들려 오는 병원 관계자의 말은 환자와 환자가족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 주었다. “다른 급한 환자가 생겨 다른 병동으로 진료를 갔다”고 했다.
억장이 무너졌다. 아무리 소규모 병원이라지만 그래도 옥천에서는 제일 큰 병원으로 알려져 있어 믿고 급히 이곳으로 왔는데 응급환자를 남겨 두고 또 다른 환자를 진료하러 갔다는 말에 최 씨 보호자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 보통의 상식을 지닌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병원 관계자의 말대로 “대형병원이 아닌 소규모 병원이라 의료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는 형편”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응급환자를 진료한다는 건 아무리 양보해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게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주장이다. 그것도 10~20분이 아닌 무려 1시간 동안이나.

더욱이 당시 응급실에는 최 씨와 같은 3명의 응급환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후 1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당시 환자를 진료하던 의사가 나타났고 이번에는 피검사와 X-ray 촬영을 해 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피검사와 X-ray 촬영을 했다. 그리고 병원 관계자는 다시 CT 촬영을 하자고 했다. 이때 최 씨 보호자는 “피검사 결과 CT 촬영을 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병원 관계자는 “소견은 없지만 더 정확한 원인을 알려면 CT촬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가족은 “피검사와 CT 촬영 판독을 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텐데”라고 묻자 “진료 절차상 시간이 그렇게 걸린다”라고 했다. 더욱이 “우선 제가 먼저 보고 내일 쯤에나 전문의가 봐야 확실한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병원의 무책임과 비도덕적인 행태에 마음이 상한 최 씨와 최 씨 보호자는 병원의 말을 믿고 기다리다가는 더 큰 일을 당할 것 같다라는 마음에 서둘러 병원을 나와 버렸다.
이에 대해 이 병원 N 모 원장은 “당시 상황을 직접 보지 못해 정확한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제가 퇴근할 때인 6시까지는 분명히 응급실에 담당 의사가 자리에 있었다”며 “더 정확한 내용은 담당 부서의 얘기를 들어보는 좋을 것”이라고 했다.


원무부장 H 씨는 “저희같은 병원에서 대형병원처럼 많은 의료인력을 확보할 수는 없다”며 “당시에도 최 씨를 진료하던 중 갑자기 다른 병동의 환자가 과다출혈로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갔을 뿐”이라고 했다. 병원 운영규정 상 그러한 행위가 허용된다고 했다. H 씨는 이어 “응급실에 전문의를 배치하는건 맞다. 하지만 그런 일이 매번 있는 일이 아니다. 1년에 한 두 번 있을 정도다”라며 “저희 같은 소규모 병원은 지자체에서도 일부분 지원을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씨 보호자 최인식 씨(가명)은 “그렇게 병원 운영이 어려우면 특단의 대책을 세워 최소한 병원을 믿고 찾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는 주지 않는게 병원으로서 취해야 할 마땅한 도리가 아닌가”라며 “그래도 5만 옥천군민들은 옥천S병원을 가장 실력있고 믿음직한 병원으로 생각, 지금 이 시간에도 환자들의 목숨을 맡기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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