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성과 친화력 바탕 이장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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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성과 친화력 바탕 이장 맡아
  • 김병학기자
  • 승인 2020.10.15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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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쩝니까? 안고 보듬으며 함께 살아가야죠”
동이면 학령2리 김종락 이장
김종락 이장은 순박하기 그지없는 학령2리에 매서운 외지 바람이 불어오질 않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김종락 이장은 순박하기 그지없는 학령2리에 매서운 외지 바람이 불어오질 않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연줄마을과 학사골마을이 합쳐져 하나의 마을이 된 옥천군 동이면 학령2리(이장 김종락).
이 마을 역시 고령화에 접어든지 오래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 47세이며 가장 나이든 사람은 90세다.
올 해 69세된 김종락 이장은 전체 마을 주민 142명 가운데 밑에서 다섯 번째에 속한다. 마을에서는 상당히 젊은 층에 속한다.
본시 마을 주민 모두가 하나같이 성품이 어질고 인심이 후덕해 지금까지 이렇다 할 사건이나 사고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수많은 세월을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이웃들이기에 옆집 부엌에 숟가락이 몇 개가 있고 또 그 옆집 둘째 아들은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주민 모두가 서로서로 속속들이 집안 형편과 내력을 꿰뚫고 있다.
김 이장이 학령2리 이장을 맡은 건 올 해 1월, 4년 전 이장을 맡은 경험은 있으나 올 해에 다시 이장을 맡을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저 평범하게 포도농사나 지으며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을 주민들이 그를 이장으로 추대했다. 지난 세월 마을발전이나 주민 화합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적이며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그를 주민들이 가만두지 않은 것. 여기에 성실성과 친화력은 가산점 역할을 했다.
“본시 저희 마을은 인심이 후하고 마음이 어질다는 소문이 나 있습니다”라는 김 이장은 “아마도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면서 이것저것 거들어 주다 보니 주민들이 좋게 봐 준 것이겠지요”라며 겸손해 한다.

 

용담댐 방류로 1억 원 넘게 손해


김 이장의 주 업은 ‘포도농사’다. 지금도 2,400평의 밭에 직접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어느덧 30년째다.
그런 그에게 올 해 비운이 닥쳤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비로 인한 피해가 없었는데 지난 8월에 발생한 용담댐 방류 사고는 김 이장으로 하여금 허탈감을 안겨 주었다.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였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1억 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글쎄요, 현재 한국수자원공사와 지자체에서 피해 보상에 관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하니까 기다려 봐야죠”라는 김 이장은 자연재해가 아닌 사람에 의한 실수로 피해를 입혔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게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게 더 이상 순박한 농민들의 가슴에 멍을 들게 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 이장은 이장을 지내기전 무려 15년을 새마을지도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당시 김 이장은 마을 입구에 사비를 들여 새마을기와 태극기를 달아 애향심과 국가관을 고양시키는데 일조를 했다. 또 최근에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자신의 땅 54평을 마을에 기증, 회관을 짓도록 했다. 물론 찜질방도 함께 설치해 줬다. ‘받기보다는 먼저 베푸는 삶’이 몸에 밴 증거다.
마을 주민 임성락 씨(73)는 “김 이장 같은 사람도 없쥬, 어느 누가 자신의 땅을 마을에 내놓겄슈. 김 이장이나됭께 그렇게 허쥬”라며 김 이장 칭찬에 침이 마른다.

 

‘김영란법’때문에 국화에서 포도로


김 이장에게는 지우지 못할 기억이 하나 있다. 포도농사를 짓기 전 김 이장은 30년이라는 세월을 국화를 재배했었다. 말마따나 괜찮은 시절이었다. 그런데 어느쯤엔가 ‘김영란법’이라는 불청객이 그를 덮쳤다. 5만 원 이상의 선물을 하면 법에 저촉을 받도록 해 그만 김 이장은 국화재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국화단지를 갈아 엎고 지금의 포도로 작목전환을 했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당시 받은 충격이 너무 커서인지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아려옵니다”고 했다.
학령2리 역시 다른 마을처럼 귀촌인이 있다. 총 62가구 가운데 5가구가 귀촌인이다. 그런데 이들이 가끔 문제를 일으킨다. 원주민들은 어떻게든 귀촌인들을 안아주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을 하는데 반해 오히려 귀촌인들이 행패 아닌 행패를 부린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한 귀촌인은 심심하면 면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해 평화로운 마을을 분란하게 만들며 주민들을 성가시게 한다. 그때마다 김 이장은 달려가 달래도 보고 안아도 보지만 마음만은 영 개운치가 않다.
“그래도 어쩝니까, 우리 마을이 좋아 들어 온 사람들인데 안고 보듬으며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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