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려면 운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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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려면 운동을 하자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0.10.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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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현재 여러 근심의 보상으로 우리에게 희망과 수면을 주었다” 
이 말은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이자 작가인 볼테르의 말이다. 잠은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지친 육체와 정신을 쉬도록 한다. 잠드는 시간 동안 우리는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 놓이지만 그렇다고 생명활동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체를 이루는 세포들은 더욱 역동적인 상태가 된다. 이 시간 동안 세포들은 열심히 낡은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교체하고 분열하는 활동을 통해서 전체로서의 몸을 회복시키고 성장시킨다.

 
우리 몸에 프로그램된 생체시계는 때가 되면 잠이 오게 하고 또 잠을 깨도록 한다. 이 생체시계의 리듬을 일주기 리듬(서커디언 리듬)이라고 한다. 이 시계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태양의 움직임에 맞추어져 있다. 이 리듬에 따라 내분비기관에서의 호르몬분비도 큰 변화를 보인다. 


예를 들어 잠에서 깨 일과를 시작하면서 부신에서는 코티졸과 같은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한다. 반대로 해가 지면 뇌의 송과체에서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량이 서서히 증가한다. 또 잠자리에 들어가서 점점 깊은 수면에 들어가면 뇌하수체로부터 성장호르몬이 분출되어 나온다. 


연구들에 따르면 수면에 장애가 있는 사람의 40%가 불안이나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과다수면(10시간 이상)이나 과소수면(5시간 이하)은 조기사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 대표적인 수면장애인 수면무호흡증(sleep apnea)은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 등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수면은 일반적으로 렘(REM)수면과 논렘(non-REM)수면으로 구분한다. 잠을 잘 때 처음에는 논렘수면으로 시작하지만 이후 약 90분을 주기로 렘수면과 논렘수면을 4~6회 교대하면서 하룻밤 동안의 수면을 구성하게 된다. 


논렘수면은 뇌파의 유형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하며 단계가 진행될수록 깊은 수면에 들어가는데 뇌파도 3,4단계에서는 서파가 많이 출현하므로 서파수면이라고 한다. 이 때 사람은 더욱 깊은 무의식 상태에 들어가며 성장호르몬의 분비도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렇게 서파수면은 수면의 질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피로해지거나 손상된 조직세포를 회복시키고 성장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반면에 렘수면에서는 파장이 작고 빠른 뇌파가 많이 나타난다. 이는 깨어있는 상태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뇌파라고 할 수 있다. 렘수면 상태에서는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특징을 보이며 이 때 주로 꿈도 꾸게 된다. 또 렘수면 상태에서는 호흡이나 심박수, 혈압이 증가하는데 반해 근육은 매우 이완돼 있기 때문에 렘수면을 역설적 수면이라고도 한다. 


여러 연구들은 낮 시간 동안 행하는 적절한 운동이 수면의 가장 깊은 단계인 서파수면의 시간을 증가시킨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최대운동능력의 약 80% 강도의 운동에서 서파수면이 크게 증가하는데 저항운동에 비해서 심폐계에 자극을 주는 전신운동이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또한 운동은 반대로 렘수면의 시간을 줄이고 렘수면이 나타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효과는 운동이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 특히 우울증을 개선하는데 관련을 갖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울증환자에게 나타나는 특징적인 현상이 수면장애와 함께 렘수면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루 중 운동을 한다는 것은 바로 이 수면의 질을 높여줌으로써 인체의 일주기리듬을 정상화시키고 자연적인 회복력을 높여준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수면 직전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서파수면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과격한 운동에 따른 교감신경계 흥분이 가라앉지 못한 상태에서는 수면에 들어가기 어렵게 되며 코티졸의 분비증가와 대사물질의 처리 부담이 높아지고 멜라토닌의 분비는 억제되어서 오히려 수면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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