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식욕을 증가시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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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식욕을 증가시키는가?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0.10.2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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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하는 비겁한(?) 변명이 하나 있다. 그것은 운동을 하면 식욕이 증가해서 살이 더 찌게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왜냐면 운동 자체가 매우 광범위한 종류와 형태를 포함하고 있는데, 특정한 상황에서의 현상만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운동이 식욕에 미치는 영향은 운동의 형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강도가 높은 격렬한 운동은 한동안 식욕을 억제한다.
그 이유는 강도가 높은 운동을 할수록 인체는 무산소적인 에너지대사과정에 의존하게 되는데 그 결과로 인해 젖산생성량이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즉 혈액 중에 젖산축적량이 높아지면 이는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식욕중추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또 높은 강도의 운동을 수행할 때 교감신경계의 흥분에 의해 높아진 에피네프린과 같은 교감부신계 호르몬도 한동안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물론 격렬한 운동 후에도 여러 시간이 경과하면 간이나 근육에서 고갈된 글리코겐(탄수화물의 체내 저장형태)을 다시 보충하려는 인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혈당도 감소함에 따라서 식욕이 다시 증가한다. 하지만 이는 운동이 끝나고 나서 약간의 탄수화물을 보충하는 전략을 통해서 과도한 칼로리의 섭취를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가벼운 운동을 장시간 수행할 때 식욕은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식욕이 자극된다. 이때 개인에 따라서는 식욕증가에 의한 에너지섭취의 증가량이 운동을 통해 소비된 칼로리를 초과할 수도 있다.
모처럼 친구들과 주말에 산행을 하고 나서 만찬을 즐기는 경우를 들 수 있는데, 얼마나 먹는가는 결국 개인에 따라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경우에 지인과의 기분 좋은 분위기에 더하여 운동을 했다는 심리적 위안감 때문에 허리띠를 풀어놓고 먹기 십상이다. 주말 골퍼나 주말 하이킹, 등산, 사이클을 즐기는 사람들이 좀처럼 체중을 줄이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또 간혹 수영을 하는데 체중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다음 두 가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첫째, 아직 수영이 미숙하여 배우는 초보단계인 경우이다. 이때는 아직 미숙하여 제대로 된 영법으로 25m풀을 유영할 수 없어서 물 안에 머무르는 시간은 많은데 비하여 실제로 자신이 수영한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즉 힘들다는 느낌과는  다르게 실제로 소비한 에너지는 얼마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 안에서 머무르는 동안 체온이 반복적으로 감소한 탓으로 식욕은 한껏 자극되는 것이다. 이렇게 수영을 하고 나서 식욕이 일어나는 현상을 운동을 많이 해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수영을 통해서 체중조절을 원한다면 지속적으로 유영을 해서 충분히 에너지를 소비할 수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수영에 능숙해진 상태라도 너무 낮은 속도로 유영한다면 장시간 운동해도 에너지소비량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유영의 속도에 변화를 주면서 수영하는 것이 체중감량에는 더욱 효과적이다. 속도를 높이며 유영할 때는 물의 저항에 의해서 에너지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지방감량의 효과가 커진다. 
운동과 식욕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은 그 운동이 일회적인 운동인지, 아니면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행하는 운동인가이다. 많은 연구들은 일회적인 운동이 아니라 일주일에 세 차례 정도의 빈도로 규칙적으로 행하는 운동의 경우에는 운동을 통해서 자극되어 추가적으로 섭취하는 에너지량보다 그 운동을 통해서 소비하는 에너지량이 높아진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운동이 식욕조절 호르몬인 렙틴에 대한 저항성을 개선한다는 점이다. 렙틴은 식사 후에 지방조직에서 분비되고 식욕중추에 작용하여 포만감을 갖게 하는 호르몬이다.
비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식욕조절에 장애를 일으키는 렙틴저항성을 갖고 있는데, 이는 요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장기적으로는 렙틴저항성을 개선함으로써 식욕의 조절에 도움을 주고 요요를 방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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