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의 가치를 따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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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의 가치를 따져보기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학과 교수
  • 승인 2020.11.0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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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은 성실, 노력 그리고 인내와 같은 가치를 상징한다. ‘땀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와 같은 말은 성실한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영감을 준다.

  생리적으로 땀의 기능은 무엇일까? 당연히 체온이 어느 수준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열을 발산 시키는 것이 땀의 기능이다. 체온이 어느 수준보다 높게 올라가면 그 열에 의해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은 위험해진다. 특히 열이 축적되면 뇌세포가 위험해진다. 뇌 세포를 구성하는 열에 약한 단백질이 변성을 겪으면 생명이 직접적으로 위협받는다.

  단백질은 열을 받으면 변성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단백질이 가장 많은 식품인 계란을 삶거나 프라이팬에 깨서 넣으면 그 성질이 변하여 고체화 된다. 이는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변성이다. 높은 고열상태가 지속되면 위험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경우에 체온이 올라갈까? 우선 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이다. 몸 안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뇌의 체온조절중추에서는 정상적으로 36.5℃ 정도인 체온의 기준 값을 올려서 설정한다. 이렇게 기준 값을 올리면 인체는 체온을 올리는 반응을 일으킨다. 즉 피부혈관을 수축시켜 열이 발산되는 것을 막고 근육을 떨어서 열생산을 증가시켜서 체온을 높이려고 한다.
  그 이유는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높은 체온에서 더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즉 백혈구, 림프구, 큰 포식세포와 같은 면역세포와이 들이 분비하는 항체는 온도가 높을 때 더욱 활발해져 병원체와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다.
  그런데 병원체를 물리치고 나서는 높였던 체온의 기준 값이 원래대로 36.5℃로 낮추어 설정되고 이 기준 값에 맞추어 올라갔던 체온을 다시 낮추는 과정에서 땀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흔히 ‘땀을 흘려야 병이 낫는다’고 하는 것은 땀 자체가 병을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체와 싸우느라 체온이 올라간 상태에 수반되어서 땀이 흘리게 되는 현상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체온이 상승하는 또 다른 이유 는 신체적인 활동에 의해서이다. 운동을 할 때 근육세포 내에서는 활발하게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같은 연료를 연소시킨다. 이렇게 연료를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약 75% 정도는 열에너지 이다. 근육은 이 열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에너지를 이용해서 수축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격렬하게 운동할수록 근육세포 안에서는 더 많은 열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 열에너지는 결국 인접한 혈액으로 전달되고 데워진 혈액은 온몸을 순환하면서 심장을 포함한 몸 전체를 덥힌다. 이렇게 되면 열을 발산하기 위한 반응으로 피부혈관이 확장되고 피부 층 아래에 무수히 많은 땀샘에서 땀을 생성하고 분비하게 된다.

  이처럼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나 운동을 할 때 흘리는 땀은 모두 체온상승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반응이다. 그렇지만 체온상승을 일으키는 원인이나 과정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는 것은 어떠할까? 심리적 긴장완화나 근 육의 이완, 온열효과, 피부혈류의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땀을 흘리는 원 인이 된 체온상승의 과정이 운동 과는 완전히 다르다.

  운동은 근육세포 내부에서 발생한 열에너지가 온몸을 덥히는 반면, 사우나는 외부의 더운 공기가 피부를 통해 몸 안으로 열을 전달한다.

  또 운동을 통해 땀을 흘리게 된 원인과 과정은 단순히 체온상승에 대한 반응일 뿐만 아니라, 근육의 수축, 신경계의 전달, 호르몬의 분비, 혈관의 파동과 혈액의 배분, 심장과 호흡계의 활동과 같은 광범위한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똑같이 땀을 흘린다고 해서 사우나가 운동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그러한 착각을 일으키는 이유 중에 하나는 땀을 통해서 몸 안의 노폐물을 제거한다는 막연한 생각이다. 사실은 땀을 통해서 노폐물을 제거하 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땀을 흘리는 것은 체온상승에  수반되는 인체반응이며 그 실제적인 효과는 체온을 상승시키는 원인과 과정에 달려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땀이 그 가치를 더욱 발하는 것은 그 근본원인이 심장과 근육에서 비롯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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