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운동 간다
상태바
피곤해서 운동 간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0.11.12 1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부장은 새 상품의 런칭을 준비하면서 이번 일만 끝내면 푹 쉬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은 이런 생각도 어느새 10여년 넘도록 반복하고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피곤하다’ ‘쉬고 싶다’라는 혼잣말이 입버릇이 되었다.
간혹 주말에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를 다녀올 때도 있지만 교통체증과 싸우면서 몇 시간을 운전하고 다녀오면 몸은 천근만근이 되어 월요일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겁다.
그런 김부장 모습을 보고 운동하라는 아내의 말에 ‘누군 몰라서 그래? 운동할 에너지가 남아있어야 운동을 가지’라는 짜증 섞인 답변을 하게 된다.
김부장의 모습은 많은 직장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나타나는 한 가지 현상은 뇌에서의 세로토닌 분비가 억제되는 것이다. 이 세로토닌은 행복조절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세로토닌은 해가 떠있는 낮 시간 동안 만들어지는데해가 지면 세로토닌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으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결국 수면장애의 원인이 되기 쉽다.
자율신경부조는 이처럼 쫓기는 생활의 결과로 찾아온다. 한마디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환경은 과거에 비해 교감신경이 훨씬 자극되는 요소들로 차 있다. 특히 도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의 생활은 농촌지역에 비해 늦은 밤까지 교감신경이 더 자극되는 활동으로 채워진다. 당연히 교감신경계가 혹사당하는 환경에 놓이는 것이다. 이렇게 교감신경계의 활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몸 안에서 활성산소의 생성도 더욱 많아진다.
만성적인 교감신경의 우세는 활성산소의 생성을 증가시키고 이는 결국 우울증이나 불면증 그리고 만성피로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은 뇌에서 세로토닌의 합성과 분비가 감소한다. 이 경우에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s)가 많이 처방되는데 세로토닌 재흡수를 막아 뇌의 시냅스에서 그 약리적 효과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현상은 세로토닌이 결핍될 때 뿐만 아니라 과잉생성되어도 피로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뇌조직에서 세로토닌의 양이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증가하면 중추신경계에 소위 ‘진정효과’를 유발해서 중추성 피로를 일으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장시간 운동을 할 때를 들 수 있다. 즉 운동을 아주 오랜 시간 지속할 때에도 뇌에 세로토닌의 과잉생성으로 인한 피로현상이 나타나고 지구력이 감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 과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세로토닌은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으로부터 뇌에서 합성된다.
그런데 세로토닌의 합성량은 그 재료인 트립토판이 혈관-뇌관문(BBB)이라는 뇌혈관의 특수한 구조를 얼마나 통과하느냐에 달려 있다. 트립토판이 BBB를 통과할 때 곁가지아미노산(BCAA)과 경쟁을 하게 되는데 장시간 운동의 결과로 에너지로 사용되는 BCAA의 혈중농도가 떨어지면 대신 트립토판이 BBB를 통해 뇌조직으로 유입되는 양이 증가한다. 그 결과 트립토판으로부터 뇌에서 합성되는 세로토닌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만성적인 피로나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세로토닌결핍과는 다르게 지구성운동 시의 운동피로는 과도한 세로토닌의 생성이 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운동선수가 경기 후반기에 피로를 늦추려는 시도로서 BCAA보충제를 섭취하기도 한다.
어쨌든 세로토닌의 결핍이 아니라 세로토닌의 과잉생성도 피로를 일으키는 이 현상을 ‘세로토닌의 역설’이라고도 할만하다. 우울증 등이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약물로만 해결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로토닌의 분비를 자연적으로 증가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은 자연환경 속에서 햇빛을 받으며 운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을 평안하게 유지하며 긍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즉 자연환경과 햇빛, 적절한 운동 그리고 좋은 마음가짐이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적절한 운동은 평상시 깨어진 자율신경균형을 바로 잡아주며 결과적으로 세로토닌분비도 정상화시켜준다.
그것이 앞서 예로 들은 김부장이 아내 말을 듣고 ‘피곤하니까 운동가야만 하는 이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