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이장님] “다른 사람들에게는 물을 주면서도 정작 물을 제공하는 우리는 먹을 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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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우리이장님] “다른 사람들에게는 물을 주면서도 정작 물을 제공하는 우리는 먹을 물이 없습니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0.11.26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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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북면 막지리 손호연이장

휴양 차 내려온 고향, 산적한 문제보고 눌러 앉아
40년 동안 잠들었던 마을 다시 깨어나는 분위기
작은 마을도 분명한 옥천군, 민원 무시하면 안돼
“순진하기 그지없는 농심에 피해를 줘 가면서 상대적 이득을 취했다면 응당 그에 걸맞는 보상이 이뤄져야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손호연 막지리장은  강조했다.
“순진하기 그지없는 농심에 피해를 줘 가면서 상대적 이득을 취했다면 응당 그에 걸맞는 보상이 이뤄져야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손호연 막지리장은 강조했다.

 

1980년 완공돼 대전시민과 충북도민을 먹여 살리는 대청댐, 아무리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댐이라고는 하지만 그로 피해를 본 상대방이 있다면 응당 그에 걸맞는 보상이 이루어지는게 당연한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세월이 흘렀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된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옥천군 군북면 막지리(이장 손호연, 72)가 딱 그 경우다.

누구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정작 도움을 준 당사자들이 원인 제공자를 향해 쉼없는 애원과 도움의 손길을 청해 보았지만 돌아오는건 고작해야 우는 아이 달래는 우윳값 정도,

막지리 손호연 이장이 귀촌을 한 건 5년 전. 휴양 차 내려온 손 이장은 지난 세월 고향을 떠나 줄곧 서울에서 살다 딱 1년만 쉬었다 가려고 생각하고 고향 막지리를 다시 찾았다.

 

부탁 싫어하는 성향 체념으로 확장

하지만 막상 고향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그의 눈에는 불합리와 모순 투성이가 가득했다. 옥천군 가운데 오지 중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막지리가 주민들의 뜻이 아닌 온전히 타인들의 의도된 계획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음에 그의 마음은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마을 주민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군가는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기는 해야 하는데 마땅히 나설 사람이 없음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본시 마을 주민들의 성향이 가능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탁하길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어쩌면 그러한 성향이 체념으로 확장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대청댐 조성 4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마을은 점점 쇠퇴해 가고 있다고 판단을 했다.

마음을 먹었다. 뭔가 마을발전을 위해 일을 해야겠다고. 그래서 시작한게 마을 이장이었다. 올해로 4년째 막지리장을 맡고 있는 손 이장은 대청댐 조성으로 마을 전부가 수몰된 지역이 바로 이곳 막지리다는 손 이장은 수몰 전만 해도 129가구에 750명이 넘는 주민들이 살만큼 큰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34개 가구에 45명만이 살고 있다고 했다. 물론 당시 고령인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사망을 했으나 상당 수 주민들은 막지리를 떠나 인근 대전이나 서울 등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버렸다고 했다.

 

다리까지 놔 준다더니 도선 제작비마저 깎아

저희 막지리에는 23년된 도선 한 척이 있습니다. 이 도선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매우 중요한 운송수단임에도 배가 낡아 여기저기 물이 새고 더욱이 배 한쪽이 기울어져 매우 위험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대청댐 관계자들의 지원은 너무도 미미합니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최소 3억 원이 있어야 2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배를 마련할 수 있는데 딱 절반 밖에 지원을 해줄 수가 없다는 대청댐 관계자의 말을 듣고 너무도 허탈하고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여기에 옥천군마저도 예산 운운하며 팔짱만 끼고 있어 과연 누구를 위한 대청호이며 누구를 위한 옥천군인지 적잖은 실망감만 든다고 했다.

도선 제작비 3억 원을 제가 갖는 것도 아닌데 대청댐 관계자는 무슨 이유로 그걸 깎는지 모르겠습니다. 수몰 당시 주민들에게는 다리까지 놔준다고 했으면서 지금은 도선제작비마저 지원할 수 없다고 하니 차라리 대청댐 조성 전의 삶이 훨씬 자유롭고 인정 넘쳤습니다고 했다.

 

작은 마을 주민도 분명한 옥천군민

게다가 식수도 커다란 문제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물을 수몰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봐가면서까지 남들에게는 한없이 제공해 주면서도 정작 물을 제공하는 주민들은 물을 사용할 수가 없으니 이게 무슨 아이러니입니까라는 손 이장은 지금도 마을 주민들 간에는 어느 집이 물을 많이 쓰는지, 어느 집이 물을 함부로 쓰는지 감시 아닌 감시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손 이장이 막지리장이 되고 나서 23톤짜리 물탱크를 설치해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어 먹는 물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이장은 마을발전에 쉴 틈이 없다. 2년 전 충북도가 추진한 행복마을프로그램에 선정돼 3천만 원의 예산으로 맥기쉼터’(마을 지명)를 만들어 출향인이나 외지인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휴식공간 마련은 물론 지난 해 옥천군에서 유일하게 풍경마을만들기사업으로 받은 3억 원을 들여 벽화그리기와 울타리 개선 등 마을 내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했다. 특히, 1,450평에 달하는 잔디광장 조성은 주민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를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은 2대의 차량이 교행할 수 없을 만큼 비좁은 마을 입구 도로를 5미터 넓이에 1.3Km 길이의 확장사업을 진행중이다.

마을 주민 천 모 씨는 손 이장임이 이장을 맡고부터는 지난 40년 간 잠들었던 마을이 다시 깨어나는 분위기라며 손 이장의 치적을 추켜 세웠다.

지자체도 유권자가 적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민원을 무시할게 아니라 작은 마을도 분명한 옥천군민이라는 사실을 지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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