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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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탄 이흥주
  • 승인 2020.11.2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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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동탄 이흥주
수필가 동탄 이흥주

요즘은 좀 과장해 말한다면 아기안고 다니는 사람보다 개 안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특히 여자들이 목줄 한 개를 많이 데리고 나오지만 가끔 남자들도 그러는 게 눈에 뜨인다. 개가 많아지고 사람만큼이나 아니 사람보다 더 대접을 받는 세상이다.


살기가 좀 좋아져 개가 애완견으로 신분상승을 하더니 요즘은 반려견으로 한 단계 더 격상되고 한 가족으로 방안에서 함께 기거한다. 키우다 귀찮으면 더러 내다 버리는 사람이 있기도 한 모양인데 반려견만도 못한 사람이다. 반려견은 죽을 때까지 배신이 없다. 이게 사람과 개가 비교되는 점이다. 
인구가 줄고 있지만 아기는 별로 안 보이고 반려견만 늘어나는 걸 보면, 애보기는 힘들어도 개보기는 괜찮은가보다. 


근데 아무리 개가 반려견으로, 가족으로 대우를 받아도 사람과 같을 수는 없다. 반려견이야 아무리 이뻐 하고 온갖 정성 다 들여도 십여 년 살면 보내야 하고 또 다른 놈을 데려와야 한다. 반려견 키운 보람은 그리 크지 않지만 사람 키운 보람은 하늘만큼이나 크다. 반려견은 살다 보내면 끝이지만 자식은 내가 죽어도 남고 내 뒤를 영영 이어간다. 
개에게 물려 죽기도 하고 이웃과 갈등이 생기기도 하여 어떻게 보면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일종의 공해 밖에 안 될 수도 있다. 남의 집 앞을 지나는데 개가 갑자기 큰소리로 짖으면 깜짝 놀라기도 하고 화도 많이 난다. 옛날에는 집을 지키는 임무가 컸지만 지금은 개가 집지키는 시대는 아니다. 따라서 개 짖는 소리는 이웃에게 피해만 줄 뿐이다.
반려견은 아무리 키워 보아야 남는 게 없지만 자식은 내 노후에 울타리가 되어주고 내가 사는 목표와 목적이 되어준다. 아이 키우기가 아무리 힘이 들어도 나중의 보람을 생각하면 그 무엇보다도 남는 장사다. 


어떻게 이렇게 확실하게 이윤이 보장된 장사가 있을까. 앞이 확실하게 미리 보이는 게 아이 키우는 장사 아닌가? 한사람이 여러 기업하기, 여러 장사하기는 너무 지난하다. 그러나 아이 키우는 장사는 여럿이라도 이윤이 확실히 보장되어 앞이 보이는 마음 놓고 하는 장사다.
어떤 것도 유행을 탄다. 지금의 반려견 키우는 것도 그런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옛날에는 개 키우는 목적이 집지키는 용도와 약간의 경제적 도움도 주는 그런 정도의 것이었다. 


요즘 반려견은 가족처럼 여기며 유난히 난리들이다. 무슨 유행병처럼 번지니 얼결에 따라하는 게 아니길 바란다. 유기견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 너도 나도 반려견을 키우니 동물병원, 개 사육에 필요한 용품, 개 사료, 심지어 개 미장원, 개 장례 대행사 등등 반려견으로 인한 산업, 사업도 생겨난다. 일자리를 만드니 긍정적인 면이 있기도 하다.


신문에 저출산에 한숨 쉬며 문 닫는 동네 소아과와 유치원이 생겨난다는 기사를 읽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19년 0.92명으로 떨어졌단다. 가임여성이 일생 한 명도 아이를 못 낳는 것이다. 출산율이 떨어져 동네 소아과나 유치원이 문 닫는 것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그 피해는 지금 아이를 낳지 않는 세대가 직접 입을 것이다. 지금의 읍도 세월이 흐르면 텅 비고 면 정도로 축소가 되는 날이 분명 올 것이다. 대도시도 빈 곳이 속출할 것이다.


아이 키우기는 애완견 기르기보다 돈도 더 들고 힘도 더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보람으로 따진다면 내 아이 키우기를 한낟 동물인 애완견에게 비하랴. 어느 시대건 어려움은 다 있었고 힘든 건 다 있었다. 
요즘은 개인주의, 이기주의의 만연으로 자식도 힘들면 굳이 낳을 게 뭐 있느냐는 생각인 것 같다. 젊은이들이 나약해지고 겁쟁이가 된 것은 아닌지. 그 젊은이들이 마뜩찮게 생각하는 우리 세대는 지금보다 어려운 시대를 살았어도 아이는 낳았다.
요즘은 아이 낳으면 지원금도 주고 보육원, 놀이방, 유아원, 유치원 등 보육제도가 잘 갖춰져 사실 옛날보다 아이 키우기에 좋은 조건이다. 전세건 월세건 일정기간 나가지 않고 살 권리까지 보장된다. 우리 세대 이상은 주렁주렁 아이들하고 세 살다 엄동설한에도 주인이 방 빼라면 눈물 콧물 흘리며 나가야 했다. 셋방살이의 설움을 맵게도 치렀다.
 아이 낳아 기르는 게 더 확실한 반려자를 옆에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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