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족(蛇足)
상태바
사족(蛇足)
  • 김병학편집국장/언론학박사
  • 승인 2020.12.24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초나라 회왕 6년. 초나라는 영윤(지방장관)인 소양에게 군사를 주어 위나라를 치게 했다.
소양은 위나라를 격파하고 다시 군사를 이동시켜 제나라마저 공격하려고 했다. 다급해진 제나라의 위왕은 마침 진나라의 사신으로 머물고 있던 진진에게 물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걱정하실 필요없습니다. 제가 가서 초나라로 하여금 싸움을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진진은 곧 초나라군으로 달려가 소양을 만나 말했다.
“초나라의 법에 대해 묻겠습니다. 적군을 격파하고 적장을 죽인 자에게는 어떤 상이 내려집니까”
“상주국에 임명하고 상급 작위인 규(珪)를 하사하지요”
“상주국보다 더 위인 고관이 있습니까”
“영윤입니다”
“이미 당신은 영윤입니다. 즉 초의 최고관직에 있습니다. 그런 당신이 제나라를 공격해 보았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하인들에게 큰 잔 하나 가득히 술을 따라주며 땅에 뱀을 가장 먼저 그린 사람에게 이 술을 마시도록 하겠다고 했답니다. 그러자 하인들이 일제히 땅에 뱀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있다가 어떤 사람이 ‘내가 가장 먼저 그림을 그렸다’며 술잔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나는 다리까지 그릴 수도 있지’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뱀의 다리까지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다리까지 다 그리고 나자 두 번째로 뱀을 그린 자가 그 술잔을 빼앗아 가며 ‘뱀에게 무슨 다리가 있나, 자넨 지금 다리를 그렸는데 이건 뱀이 아니야’라고 말했답니다”


그리고 진진은 말했다. “이미 당신은 초나라의 대신입니다. 위를 공격해서 위나라군을 격파하고 그 장군까지 죽였습니다. 그 이상의 공적은 없습니다. 최고관직인 영윤 위에는 더 오를래야 오를 관직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또 군사를 이동시켜 제나라를 공격하려고 하십니다. 만약 패하면 관직이 박탈됨은 물론 목숨까지도 위태롭게 되며 초나라에게는 이러쿵저러쿵 비난만 받게될 겁니다. 이래서는 뱀을 그리고 다리까지 그리는 것과 같습니다. 싸움을 중지하고 제나라에 은혜를 베푸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그렇게 하시는 것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충분히 얻고 또 잃는 것이 없는 술책입니다”


이 말을 들은 소양은 마침내 군사를 거두어 그곳을 떠났다고 한다.
비록 기원전 323년의 일이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본시 사람이란 하나를 취하면 둘을 취하고 싶고 둘을 취하면 셋, 넷을 취하고 싶은게 본성이다. 그렇다고 넷을 취했다고 해서 욕심이 멈춰지는건 아니다. 이제는 열, 스물, 백, 천을 취하고 싶어한다.


바로 그게 문제다. 처음 하나만 취하면 그다지 문제가 될게 없지만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도 생겨 났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라는 이 말은 어쩌면 ‘사족’과도 같은 의미일 수 있다.


인간 평균 수명 100세라고 하는 오늘날, 오래 사는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람이면 사람답게 사는게 중요하다. 지나치리만치 물욕에 젖어 미처 소화해 내지도 못하면서 먹고 또 먹어 결국은 위장에 장애를 일으키는 철없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우리네 모습, 생각없는 짐승도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는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시대는 인간만이 욕심에 욕심을 내는걸 보면 분명 인간은 동물만도 못함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도대체가 나눌 줄도 양보할 줄도 모른다. 특히, 고위직이나 부정으로 부를 축적한 자들이 더 그렇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그들에게는 분명 썩은 냄새만이 진동할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