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을 위한 희생 ‘이차돈 순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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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을 위한 희생 ‘이차돈 순교비’
  • 김수연기자
  • 승인 2021.01.07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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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돈의 목이 잘리자 흰 피가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을 담은 이차돈 순교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이차돈의 목이 잘리자 흰 피가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을 담은 이차돈 순교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신라는 불교국가로 유명하지만 신라가 처음부터 불교 국가였던 것은 아니다.

불교가 신라의 종교로 공인되기 전엔 신라에 고유 신앙, 토속 신앙이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특히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 김알지 등이 하늘이 보낸 알, 궤짝에서 태어났다는 등 천신 신앙과 선민사상 등이 주를 이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법흥왕이 피정복민들과의 융화를 위해 불교 도입을 밀어 부쳤을 때 토착 신앙을 지지하며 불교의 국교화를 막던 당시 주류층과는 반대로 이차돈은 홀로 법흥왕을 지지했다. 

당시 법흥왕의 최측근이자 사인(舍人, 현 대통령 비서)을 맡았던 이차돈은 당시 이미 승려의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경한 귀족 세력 때문에 불교 도입에 진전이 없자 이차돈은 법흥왕에게 ‘자신의 목을 베어 불법을 일으키자’는 뜻을 내비친다.

법흥왕은 그의 뜻을 수용하지 않았으나 결국 이차돈의 권유에 못이겨 사람들 앞에서 그의 목을 베게 된다.

그렇게 이차돈의 목이 잘리자 흰 피가 솟구쳐 올랐고 온 땅이 흔들리며 꽃비가 내렸다고 한다. 

이차돈의 순교에 대해선 삼국유사, 삼국사기, 해동고승전 모두 사형 시기와 명분을 달리 적어놓고 있다.

이차돈 순교비의 내용에 따르면 이차돈이 찾아와 왕을 설득하고 후에 왕이 신하들을 모아놓은 후 반역 여부에 대해 묻자 다른 신하들은 모두 부인한 반면 이차돈만이 침묵을 지켜 왕이 그의 목을 베었다고 전해진다.

이차돈이 내뿜은 흰색 피는 불교의 가르침을 포함하고 있다.

불법서 중 하나인 능엄경의 유가수련증험설에 따르면 “‘아라한’이라는 이상의 경지에 오르기까진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등의 위계가 있는데 세 번째 아나함의 경지에 오르면 붉은 피가 하얀 기름으로 변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현대인은 과학적으로 당시 이차돈의 척수액이나 하얀 음식물이 뿜어져 나왔을 것 혹은 이차돈이 고지혈증을 앓아 혈액 내 높은 지방함량 때문에 피가 흰색으로 변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후 법흥왕은 이차돈의 영혼을 위로하는 절(백률사로 추정)을 지었다.

이차돈 순교비는 헌덕왕 대에 만들어졌을 것이라 추정되는데 육각형으로 만들어진 이 비는 제1면엔 이차돈의 순교 장면을, 제2면부터 제6면까진 이차돈에 대한 글을 새겼다.

이차돈 순교비는 신라의 불교 공인을 기록한 현존 최고의 1차 사료이자 제1면의 조각을 통해 신라인의 의복과 조각 연구에 유용한 자료로 쓰여 왔다.

이차돈의 순교를 통해 신라 사람들이 불교를 믿게 되고 법흥왕의 국교 지정까지 수월하게 이뤄졌으며 신라는 동아시아 불교국가로 거듭나게 됐다.

이후 종교의 힘으로 백성들의 사상을 모아 왕권이 강화됐으며 이를 통해 행정·군사 체제를 안착 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진흥왕대에 빛을 발해 삼국통일전쟁 승리의 기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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