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辛丑)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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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辛丑)년에
  • 이종구수필가
  • 승인 2021.01.0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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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는 줄도 모르는 사이 새해가 됐다.

올해는 신축(辛丑)년 소띠 해(정확하게는 설날부터이지만)이다.

신(辛)이 흰색에 해당되어 60년 만의 ’흰소 띠 해’라 하여 길조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퍽 오래 전 초겨울, 지금은 중학생이 된 손자가 왔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할아버지, 소가 정말 커요?”하고 묻는다.

“그럼 크지. 여기 거실에 들어 오지도 못 할 거야”하고 답하니, “소를 보았으면 좋겠다”하는 것이었다.

소를 보고 싶다.

아니, 그럼 여태 소 구경도 못 했나? 조금만 교외로 나가 농촌에 가면 바깥마당에 한가로이 되새김질하는 소를 늘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소를 보러 가자고 농촌 마을로 향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찾아가는 농촌에는 소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르신 한 분을 만나 혹, 소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는지를 여쭈니 산모롱이 한 구비를 더 가면 소를 키우는 농장이 있다고 알려주어 겨우 찾아 농장의 소를 보게 됐다.

주인의 허락을 받고 축사에 가서 짚도 먹여주고 만져도 보고, 손자는 신이 났었다. 

소, 큰 눈망울과 언제 보아도 천진스런 표정이 우리 삶과 함께해 온 대표적인 가축이다.

12간지의 두 번째이고,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 ‘소귀에 경 읽기’, ‘소는 농삿집 밑천’,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 등 속담의 주제로, 오래전에는 초등학교 입학 후 배운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노래, 교과서의 대표적인 삽화로 모내기 철 쟁기와 써레를 끄는 소,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채워 온 가축이다.

을지문덕 장군과 강감찬 장군의 살수 대첩, 귀주 대첩에서도 소가죽으로 강물을 막았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뿐만 아니라 소는 농가의 재산목록 1위였다. 장성한 자녀의 결혼 준비와 중·고·대학교에 진학하는 자녀들의 학비를 준비하기 위해 소를 길렀다.

어찌 보면 요즘의 교육보험과도 같았다.

그렇게 소는 농가 살림살이의 기둥이었고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었다.

요즘은 한우라 하여 시장에 가면 정육점을 대표하는 고기가 됐다. 옥천의 향수한우 처럼 지역마다 한우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소의 해를 맞이하며 covid19의  종식을 기원해 본다.

어느 책에서 보니 예방약인 ‘vaccine’은 라틴어의 vacca(암소)에서 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천연두 에방으로 맞은 예방주사도 ‘우두(牛痘)’라고도 불리운 것을 보면 소가 주는 선물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

소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정말로 ‘하품밖에 버릴 것이 없는’ 고마운 가축이다.

그런데 그 소가 농촌에 가도 보기 힘든 동물이 되었다.

이젠 소도 동물원에서 길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과학과 문화가 발전하며 우리 주변에는 어느 사이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늘 곁에 있었거니 했는데 어느 날 살펴보면 없는 것들….

올해는 추억할 것들을 살펴보고 정리하고 보관하며 마음에 새겨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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