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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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없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1.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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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어린 시절, 학교 선생님은 결코 넘보지 못할 존재였다.

선생님의 그림자를 밟는다는 말도 훗날 들어본 이야기일 뿐 그는 영원한 절대자였으며 불변의 성역이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의 눈에 띠어 한번이라도 더 심부름을 할까 잔머리를 굴렸으며 어떻게 하면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들을 수 있을까 돌지 않은 머리를 굴리곤 했다.

동네 나이든 어르신들도 무서운 존재였다.

그들이 내뱉는 말은 곧 법이요 진리였다.

그들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생각은 목숨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으며 그들이 말하는데 빤히 고개를 쳐든다는 것도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들도 동네 어르신이 한 말이라면 일단은 따라 주었다. 다시 말해 상당 부분 미덕과 위엄을 갖춘 그런 시대였다.

분명 ‘어른’이 존재하던 시대였다.

존경을 받는 사람 ‘어른’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한 집안이나 마을 따위의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다 자라(특히 정신적으로) 자신이 저지른 일에 무한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어른’이라 할 수 있으며 ‘경륜이 많아 집안이나 집단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 또한 ‘어른’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어른’과 비슷한 말처럼 들리는 ‘노인’에 대해서는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 정도로만 풀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책임과 존경은 차치(且置)하고 멸시와 천대를 받는 노인들만 넘쳐 난다.

여기에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책임이나 의무와는 거리가 먼 노인들의 증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행진 중이다.

그렇다고 오랜 사는 것을 탓하는건 아니다.

문제는 오래 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그에 따른 책무를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걸 불의와 타협하길 좋아하고 한탕주의에 젖어 있는 노인들이다 보니 어디 한 구석 배울 점이 없다.

눈만 뜨면 당리당략에 몰두하고 틈만 나면 부정과 부패를 탐닉하는 노인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하며 무슨 도움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도무지 약에 쓰려 해도 쓸 약이 없다. 진정 아이들이 볼까봐 두렵다.

그래 놓고도 궁지에 몰리면 ‘어른 대접’ 안 해 준다고 못마땅해 한다. 참으로 가관이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까지 망가져 버린 세상이 되었을까. 상대방의 말이 틀리면 자신의 말도 틀림이 분명한데, 앞뒤 안재고 자신의 말만 맞고 상대방의 말은 틀리다고만 몰아 부치니 도무지 대화가 안된다.

이들에게서 ‘다름’이란 없고 오로지 ‘틀림’만 존재한다.

나이만 먹은  ‘노인’만 득실

철없는 아이들이야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런데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사람들이 더 가관이다. 아니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 정도는 중증을 향한다.

어디서 그런 오기가 발동하는지 실로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삶의 지혜와 인생의 선배라는 부분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오죽하면 ‘나이먹은 노인’만 있지 ‘어른이 없다’는 말이 나올까.

너무도 슬픈 현상이다.

너 나없이 가슴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과거 필자의 어린 시절 존경하던 선생님과 동네 어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은 필요하다

흔히들 젊은이들에게 버릇이 없다느니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른다느니 하는 말들을 한다.

과연, 젊은이들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지금의 노인들은 젊은이들을 나무랄 아무런 권한도 없다. 자신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고 누구보고 버릇이 없으며 공경할 줄 모른다고 하는가.

만에 하나 지금의 노인들이 ‘어른’을 섬기고 존경할 줄 알았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이토록 망가지고 불안정할 수 있겠는가, 모두가 다 자신들이 잘났고 똑똑하다고 주장하다 보니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허구헌날 좌충우돌하고 급기야 전복 일보직전 아닌가.

다 자업자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때 보다도 ‘어른’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를 걱정해 주고 사심없이 조언을 해 줄 그런 진정한 ‘어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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