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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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2)
  • 조종영작가
  • 승인 2021.01.1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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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이 지극한 의지의 소년(1)

당시의 사람들은 소년 조헌을 일러 말하기를 기저귀를 면하면서 부모를 섬기는 예절을 알았으며 부모의 분부가 있으면 반드시 꿇어앉아 대답하는 등 타고난 효자라고 칭찬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부모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없었다.

불과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서당에 나가 천자문을 배우고 밤이 이슥하도록 배운 것을 복습하고 새로운 것이 있으면 늘 아버지에게 서슴없이 물었다.

그의 행동거지는 용모 단정하고 엄격했으며 한 눈을 팔지 않아 친구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다섯 살이 되던 해의 일이다.

집에서 가까운 임정(林亭)에서 친구들과 천자문을 배우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나팔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밖이 소란해졌다.

이 지방을 다스리는 사또의 행차가 있었던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구경을 나왔고 임정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도 모두 뛰쳐나갔다.

어린아이들은 호기심을 이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헌은 텅 빈 정자에 홀로 앉아서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글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앞을 지나던 사또는 천자문을 읽는 낭랑한 소년의 목소리에 행차를 멈추었다.

정자를 올려다보니 4~5세 밖에 되지 않는 어린아이가 단정히 앉아서 천자문을 줄줄이 외우는 것이 아닌가.

사또가 임정에 올라가서 그 까닭을 물었다.

“모두가 나의 행차를 보러 나갔는데 너는 어찌 혼자 남아서 글만 읽고 있느냐?”하고 물으니 어린 소년은 공손히 꿇어 앉아서 대답하기를 “진심으로 글을 읽는 것은 아버지의 분부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사또는 소년의 태도에 감탄하며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

그의 대답은 보통이 아니었다.

기특한 마음이 들어서 사또는 가지고 있던 부채를 그에게 선물로 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체 높으신 분의 물건을 함부로 받을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조헌을 지켜본 그는 마침내 부친을 찾아가 인사를 하게 되었다.

사또가 부친에게 말하기를 “댁의 자제분은 지금은 비록 어리지만 훗날 반드시 큰 학자가 되어 세상에 도(道)를 심을 것이니 축하할 일이오”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부친에게 공경의 예까지 표하고 돌아갔다.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조헌은 추운 겨울에 신발과 옷이 다 떨어졌는데도 바람과 눈보라를 피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는 글방에 나아가 열심히 공부했다.

곡식이 익을 때면 어버이의 분부로 들을 지키며 밤을 새웠다.

하지만 책 읽기를 그치지 않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닭이 울면 다시 일어나 혼자서 책을 읽었다.

조헌의 책 읽는 소리에 놀라 깨어난 아이들은 그의 정진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늘 한스럽게 여겼다.

그리고는 그를 따르려고 열심히 노력했으나 끝내 따라잡지를 못했다.

들에서 소를 먹일 때도 반드시 책을 가지고 다녔으며 비가 오면 삿갓 밑에 책을 두고 읽었다.

글 읽기에 정신이 팔려 소가 간 곳을 몰라 찾아 헤매기도 했다.

들에 나가면 두렁에 나무를 이용해 서가를 만들어 두고 책을 읽었다.

매일 나무를 하여 어버이의 방을 덥히고 그 불빛에 비춰 글을 읽었다.

조헌이 늘 격앙하여 말하기를 “하늘이 사내를 낸 뜻이 어찌 우연 하리오”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자신이 할 바를 깊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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