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동거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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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동거 하는 법
  • 김수연기자
  • 승인 2021.01.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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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복희 시인 신간
도복희 시인
도복희 시인
외로움과 동거하는 법
외로움과 동거하는 법

 

2011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도복희(56, 사진) 시인이 시집 ‘외로움과 동거하는 법’을 출간했다. 2018년 ‘그녀의 사막’, 2020년 ‘바퀴는 달의 외곽으로 굴렀다’를 출판한 데 이어 세 번째 시집이다.


누군가는 무심히 흘려보냈을 일상과 감정들을 마음 한켠에 차곡차곡 모아뒀다가 서산 너머로 해가 넘어갈 즈음에 행여 바스라질까 소중히 꺼내 옮겨 적었던 도 시인.


그녀는 지난 3년 동안 ‘옥천향수신문’ 기자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직접 두 눈으로 품었던 풍경에서 얻은 영감을 시집에 오롯이 담아냈다. 현재는 ‘동양일보 동양바이오뉴스’ 취재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새에 물들다’, ‘우체국에 가는 이유’, ‘노을의 시간’, ‘송년인사’ 등 4부에 걸쳐 84편의 시가 실렸다. 취재를 하며 직접 촬영한 사진과 유봉훈 사진작가,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시인‧사진작가), 서상숙 사진작가가 제공한 사진을 함께 편집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외로움을 느끼는 게 잘못된 거라고 말하는 대신 시인은 “그를 억지로 밀어내지 마라”고 말한다. 
시인이자 동양일보 사주인 조철호 회장은 “도복희 시의 힘은 자신은 외롭지만 외롭다 하지 않고, 주변을 고무하고 포옹하는 데 있다”며 “시집 전편을 관통하는 소박한 일상과 가족에 대한 시적 시각이 이처럼 명민하고 따뜻함은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시집 수록 시 중 한 편, ‘외로움과 함께 동거하는 법’을 소개한다.

외로움과 함께 동거하는 법

그를 억지로 밀어내지 마라
싱크대에 부착된 라디오의 기능을 살려
FM98.5 음악방송을 틀어줘라
하루 종일 집안에 혈액 같은 클래식이 돌게 하라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불러 들이지 마라
안개 자욱한 그리움과 놀게 하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나
한발 들어서면 선명해지는 석호리 마을을 탐색하듯
생을 알아가라
호흡에 집중하라
초침소리에 과민 반응 보일 것 없으니
오래된 연인들처럼 외로움과 마주하라
간간 눈빛도 맞추면서
손가락과 손가락을 가로질러 맞잡아라
꼭대기 층의 일몰을 끌어안고
조용히 찻물을 끓여라
찻잔의 온기에 기대 오래 앉아 있으라
그 외로움이 스텝을 이끌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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