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건 얼음 위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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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건 얼음 위 놀이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1.21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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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터교·장찬저수지, 수백명 몰려
얼음 두께 채 10cm도 안 돼
관련 규정없어 계도에 그쳐
추위 피하기 위해 가스스토브까지
아이들이 얼음낚시를 위해 구멍을 뚫고 있다. 얼음 두께가 채 10cm도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얼음낚시를 위해 구멍을 뚫고 있다. 얼음 두께가 채 10cm도 되지 않는다.

 

지난 17일 오후 3시, 옥천군 구읍에서 동이면 방향 안터교 밑.

이곳에 서 가족과 연인들로 보이는 500여 명의 시민들이 구멍낚시와 스케이트보드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즐거움을 뒷받침해주는 얼음의 두께가 500여 명이라는 사람들의 무게를 버텨내기에는 너무도 약하라는 사실에 자칫 ‘목숨 건 놀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낚시를 하기 위해 뚫어 놓은 얼음의 두께를 보니 아무리 두껍게 잡아도 10cm가 채 안돼 보였다.

더욱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얼음의 중간지점으로 가기 위해 얼음 위에 발을 들여 놓은 순간 양쪽 발 모두 물 속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곳을 드나드는 시민들을 저지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언뜻 ‘세월호’가 연상되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각, 이원면 소재 장찬저수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곳 저수지는 안터교보다 좀 더 상황이 심각했다.

군데군데 얼음에 금이 간 것도 불안한데 추위를 피하기 위해 아예 가스스토브까지 켜 놓고 얼음낚시를 즐겨 언제 어떤 사고로 이어질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게 했다. 이날 옥천의 낮 최고온도는 오후 3시 38분 현재 영상 0.5℃였다.

대전에서 왔다는 김정선 씨는 “오후 들어 날씨가 많이 풀려 조금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모처럼 가족들과 나온 얼음놀이를 그만 두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옥천읍 주민 박민섭 씨도 “생각보다 얼음이 많이 녹아 들어가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게 사실이다.

너무 멀리 들어간 사람들이 조금 걱정된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옥천군청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그렇잖아도 매일 현지를 확인해 보고 얼음의 두께도 재보고 있다.

하지만, 일정 두께 이하일 때 출입을 금지하는 법규정이 없어 가슴만 졸이고 있다”며 “해당 부서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옥천소방서 관계자 역시 “시민들을 상대로 출입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선에서 머물고 있다. 답답하기는 지자체와 마찬가지다.

하루 빨리 관련 규정이 만들어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청호를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대청지사도 “아직 출입을 금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관련 규정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옥천영동지사 관계자는 “못들어가도록 정기적으로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저수지 입구에 출입을 금지하는 현수막과 로프도 치고 있으나 시민들이 그러한 것들마저 끊고 들어가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농어촌공사 역시 관계 법령이 없어 단속의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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