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십결(圍棋十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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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십결(圍棋十訣)
  • 김병학편집국장/언론학박사
  • 승인 2021.01.2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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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두 사람이 검은 돌과 흰 돌을 나누어 가지고 바둑판 위에 번갈아 하나씩 두어 가며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두 집 이상이 있어야 살며 서로 에워싼 집을 많이 차지하면 이긴다’라고 바둑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또 ‘바둑을 둘 때에 쓰는 둥글납작한 물건 즉 흰 돌과 검은 돌의 두 가지이며 상수(上手)가 흰 돌을 차지한다’고 첨언하고 있다.
그렇다. 바둑은 ‘두 사람’이 ‘검은 돌과 흰 돌’을 나누어 가지고 ‘바둑판 위’에서 ‘하나씩’ ‘번갈아’ 두어 가며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다.


그런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보면 이러한 바둑이 지니는 특성과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도처에 득실거린다. 
분명히 말로는 검은 돌과 흰 돌 하나씩을 번갈아 가면서 놓겠다며 약속은 해놓고 조금이라도 자신이 수세에 몰리면 언제 그런 약속을 했냐는 듯 매우 고약한, 아니 인간 이하의 심보가 드러내고 만다.


문제는 이런 행태를 보이는 사람의 속내를 모른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온갖 교양과 허세의 옷을 입고 있어 도무지 상대방의 사람됨을 알아 차릴 수가 없다.
첫 번째 정의야 그렇다치고 두 번째 정의를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분명 ‘상수가 흰돌을 차지한다’라고 하고 있으나 실생활에서는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심심찮게 목격되곤 한다.


특히, 동종업계에서 이러한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분명 그 사람은 해당 분야에 대해 아는 것도 경험도 형편없는데 아무데나 끼어들고 수없이 많은 말을 내뱉는다. 마치 자신이 해당 분야의 일인자처럼 행세를 하는 것이다.


평생 외길을 걸어 온 사람이 볼 때 너무도 어이가 없다. 더욱이 무슨 말인지도 모를 말을 쉼없이 지껄이며 오로지 혼자서만 말을 하려고 안달이 난다. 측은지심을 넘어 괘씸하기까지 하다. 
언젠가 인터넷 서핑을 하다 문득 읽은 글 하나가 떠오른다. 제목은 ‘바둑을 두는 데 꼭 명심해야 할 열 가지 비결’. 


첫 번째로, 바둑을 둘 때 ‘결코 욕심을 내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야 바둑판 전체를 자신의 집으로 만들고 싶지만 반드시 상대방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맞은 편에 있다. 혼자 두는 것이 아닌 둘이 두는 바둑에서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가는 결국 지고 만다. 승패는 어차피 반 집만 있어도 충분하다. 


두 번째로는, ‘상대의 경계에 들어갈 때에는 기세를 누그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설령 자신이 상대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 할지라도 환경변화에 주의를 기울여 가능한 자신의 헛점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겸손을 강요하고 있다. 


세 번째는 ‘공격하기 전에 자기의 결함을 살필 것’이라고 적고 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분명 ‘지피지기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일진데 상대방이 누군지, 얼마만큼의 기력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들이댔다가는 공격도 하기 전에 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허점을 보완하는 ‘지기(知己)’가 먼저다.


네 번째는 ‘버릴 것은 버리고 선수를 잡을 것’을 말하고 있다. 사람의 욕심이란게 끝이 없어서 하나를 얻으면 둘을 얻고 싶고 둘을 얻으면 셋, 넷, 열을 얻고 싶다. 이렇듯 끝없는 욕심에 몰두하다 보면 결국 처음 하나마저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승패와 관계없는 것까지도 살리고 싶어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그리고 한번 선수를 잡으면 가능하다면 끝까지 선수를 잡는게 이기는 비결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자칫 선수를 빼앗길 경우 웬만해서는 선수를 빼앗아 올 수가 없다. 그래서 백에게 덤으로 여섯 집 반을 주지 않는가. 그만큼 선수가 중요하다. 


다섯 번째로는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노릴 것’을 말하고 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을 강조하고 있다. 한 두 집 잡으려다 대마(大馬)를 잃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극히 소인배들이나 취하는 유아적 수준이다.


여섯 번째, ‘달아나도 잡힐 것은 버릴 것’을 말하고 있다. 바둑을 두다 보면 분명 축으로 몰리는 상황인데도 끝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바둑 초보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지만 어깨너머로 배운 사람들에게서도 흔히 나타나는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일단 축으로 몰린다 싶으면 과감히 손을 떼고 다른 부분에서 집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차피 죽을 돌이라면 아무리 달아나도 죽게 되어 있다. 


일곱 번째는 ‘함부로 움직이지 말 것’을 말하고 있다. 경거망동을 하지 말라는 충고다. 세상사가 그렇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움직인 사람치고 성공한 사람 보지 못했다. 어떤 일을 하려거든 두 번 세 번 생각한 연후에 행동으로 옮겨도 결코 늦지 않다.


여덞 번째는 ‘완급을 보아서 응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말은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를 적당히 가려서 하라는 말이다. 분명 공격을 해야 하는 시점인데도 머뭇거린다거나 수비를 해야 하는 시점인데도 무리하게 공격을 했다가는 반드시 패하게 되어 있다. 세상사 모든게 때가 있는 법이다.


아홉 번째 ‘상대가 강하면 수비에 힘쓸 것’을 말하고 있다. 수비만큼 강한 공격도 없다고 했다. 공격할 능력도 없으면서 섣불리 공격을 했다가는 자신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상대방이 가한 단 한번의 공격으로 자신의 아성은 무너지고 만다. 


마지막 열 번째로는 ‘고립되었을 때에는 화평책을 쓸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 주위에 있던 모든 지인들이 자신의 곁을 떠나 혼자 남겨지면 매우 외로운 법이다. 그럴때는 혼자만의 아집에 머물지 말고 차라리 자신보다 강한 상대방에게 화해를 요구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일이다. 그런 다음 추이를 봐가며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는 기회를 얻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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