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이에게
상태바
떠나가는 이에게
  • 김동희 수필가
  • 승인 2021.02.04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상더하기

문득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속에 칠월의 짙은 푸르름이 내려앉을 즈음 가슴이 물빛마냥 시려왔다.

그동안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지냈었던 바보 같은 내가 잿빛 하늘을 가리운 보리수나무 아래 섰다.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소중한 내 사랑.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내게 큰 힘과 위안을 안겨주고 버팀목이 되어줬던 작고 여리디 여린 영혼…. 그 영혼이 홀로 훌쩍 여행을 떠나 버렸다.

차갑게 남겨진 육체에 이미 영혼은 없었다.

내가 부르짖는 외마디 울음섞인 그 이름을 토해낼 때 내 사랑은 이미 들을 수도 없을 만큼 너무 멀리 가버렸다는 사실이 필연으로 다가왔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어느 시인의 시구와는 다르게 내게 7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 돼 버렸다.

하늘은 남겨진 나에게는 오롯이 슬픔만을 허락하고 떠나는 이에게는 무한한 자유로움을 허락한 것 같았다.

혹여나 내 사랑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몇 번이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젠 불어오는 바람의 향에서도 내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

문득 단 한줄기의 향기조차 허락하지 않는 하늘이 원망스러워져 하늘을 쏘아봤다.

하늘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화수분 같이 가슴속에서 솟아나는 먹먹함을 가지고선 한참이나 하늘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하늘만을 원망할 순 없었다.

우리들 모두 언제가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만 존재하는 날들이 오기 때문에.

우리 또한 자유로운 영혼이 돼 모두와 영원히 이별하곤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그 이별이 주는 슬픔에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들을 저 멀리서 지켜볼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 산에 올라가 확성기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한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꼭 전하라고.

때론 앙숙으로 때론 베스트 프렌드로 지내는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들에게, ‘내 편’이니 ‘네 편’이니 하는 세상의 모든 남편과 부인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주먹다짐하며 자란 형제들에게,  사소한 오해로도 쉽게 다투지만 또 금방 풀리는 친구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마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간 속에서 하루 또 하루 미루다가 오늘의 나처럼 너무 늦어 전하지 못한 사랑 때문에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바보가 되지 않게 모두에게 얘기하고 싶다.

나는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떠나 보낸 그 아픔이 뼈에 사무쳐있다.

딱 하루만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사랑한다”고 전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는걸 알아버린 지금의 나, 그런 내 안에서 되돌아와 평생토록 아픈 메아리가 되어 머물지라도 그래도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을 정말로 사랑했노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