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1세와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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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1세와 정치인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02.18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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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을 능가하는 힘과 통치력을 지녔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세계사 속 인물 가운데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여성으로 태어나 남성사회를 지배하고 한 국가를 아니 유럽 전역을 뒤흔든 인물로 엘리자베스 1세를 빼 놓을 수 없다.

1533년에 태어나 1603년에 삶을 마감한 그녀는 지금의 영국이라는 나라가 있도록 한 세계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다.

2000년 미국 뉴욕타임즈가 ‘지난 천 년 간 가장 뛰어난 지도자’로 엘리자베스 1세를 선정할 정도였으니 비록 현존하지는 않지만 과거 그녀가 이뤄 놓은 역사적 결과물을 들을 볼 때 결코 의미없는 평가는 아닌 듯 하다.

졸지에 서출로 전락

엘리자베스 1세, 그녀는 정치적으로는 매우 뛰어난 인물이었을지 모르나 개인적으로는 매우 불우한 여인에 속했다.

이유는 단 하나, ‘여자’로 태어났다는 것.

당시 영국 국왕이던 아버지 헨리 8세는 아들에게 왕권을 물려 주기 위해 아들을 낳지 못하는 본처 캐서린과 이혼하고 앤 블린과 재혼을 했다.

그러나 정부인 앤 블린이 낳은 자식 역시 아들이 아닌 딸, 바로 엘리자베스 1세였다.

이에 헨리 8세는 앤 블린을 간통죄로 몰아 왕비 자리에 앉힌지 3년 만에 도끼로 목을 내리쳐 죽이고 말았다.

설상가상 헨리 8세는 앤 블린과의 결혼이 무효라고 선언하자 엘리자베스 1세는 졸지에 서출(庶出)이라는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이때부터 엘리자베스 1세의 험난한 여정은 시작됐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것을 체득하며 자라야 했다.

문제는 배 다른 언니인 메리 공주와 또 다른 배 다른 동생 에드워드가 엘리자베스 1세의 인생에 걸림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것.

헨리 8세에 이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에드워드 6세는 왕위에 오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러자 이번에는 메리 공주가 왕위에 올랐다.

하지만 메리 여왕은 영국을 구교 국가로 만들기 위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오죽하면 블러드 메리(Blood Mary)라고 했을까.

사람의 운명이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법.

결국 메리 여왕도 스페인 국왕 필리세 2세와의 결혼 후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드디어 엘리자베스 1세에게 기회가 왔다. 그녀가 여왕에 오른 것이다.

엘리자베스 1세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물론 여러 명의 애인을 두기는 했으나 결코 권력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혹여 권력욕이 눈이 먼 사람이 발견되면 즉시 런던탑에 유배하거나 단두대로 보냈다.

그녀는 스스로 ‘나는 국가와 결혼했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영국 국민들로부터 ‘훌륭한 여왕 베스(Good Queen Beth)’라는 칭호도 받았다.

여왕 시절 엘리자베스 1세는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르고 유럽의 해상권을 장악하는가 하면 신대륙으로의 길도 열었다.

더불어 국교회를 중심으로 종교적 안정과 의회의 안정을 꾀해 국내 상황을 안정시키기도 했다.

또 많은 문호들이 등장하여 영국문화의 부흥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당시 세익스피어는 그런 그녀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할 정도였다.

문제는 우리나라. 특정인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과거 우리나라도 여성 대통령이 있었다.

당시 우리는 ‘이제는 여자도 대통령이 되는 시대가 왔다’며 자의든 타의든 과거 남자들의 통치행태와 달리 섬세하면서도 살가운 정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 아닌 기대를 걸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도 빗나갔으며 참담함 자체였다.

그녀는 우선 자신의 정체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매사를 정부 관계자가 아닌 특정 사인과 협의를 했으며 결국 이러저러한 혐의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고 말았다.

좀 더 일찍 그녀가 엘리자베스 1세의 삶을 새겨 보았다면 그런 우는 범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그런데 불현 듯 이쯤에서 엘리자베스 1세와 박 전 대통령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왜일까, 필자는 단지 같은 여성으로서 일국의 최고 통치자였다는 점에서 단순비교를 하고자 한다.

둘 다 결혼을 하지 않고(또는 못하고) 독신으로 살았다는 것과 아버지의 영향 하에서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은 분명한 자기 철학을 가지고 통치를 한 반면 또 다른 한 사람은 오로지 타인의 속삭임에 힘입어 통치를 했으니 그 결과는 너무도 극명한 희비의 엇갈림을 보이고 말았다.

왜 그녀는 자신만의 아성에 갇혀 남의 이야기(최순실을 제외한)에는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을까, 왜 그녀 주위에는 진정한 참모가 없었을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러고도 일국의 통치자가 되려고 했다니 5천만 국민이 딱할 따름이다.

처음부터 분명한 자기철학을 가지고 통치를 했다면 지금과 같이 추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정치란 하고 싶다고 해서 하면 안된다.

자신의 역량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위에서 부추긴다고 정치를 하게 되면 자신도 망치고 가족도 망치고 결국에는 모든걸 잃어 버리는 돌이킬 수 없는 우를 범하게 되어 있다.

스스로가 인격형성이 안 돼 있고 상대방을 포용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당장 접는게 모든 사람을 위해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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