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촌놈’들 틀에 갇히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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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촌놈’들 틀에 갇히려는가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02.25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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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령산

자라나는 새싹들이 먹는 학교 급식과 관련 ‘옥천향수신문’의 시선은 집요했다.

옥천이라는 작은 도시이다 보니 이렇다 할 사회단체 하나 없는 상황에서 지역언론인 ‘옥천향수신문’이 팔걷고 나섰다.

아니다.

지역 내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지역언론이 앞장 서 해결하는 것이 마땅한 책무라고 느꼈다.

그래서 ‘옥천향수신문’은 이 문제에 대해 5년 전부터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함께 좌담회까지 열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최소한 먹거리만큼은 위생적인 식품을 먹여보자는 지극한 인간애와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급식납품 업체에 대한 불미스런 말들만 난무할 뿐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입 밖에 내질 않았다.

무엇이 두려웠던걸까, 무엇이 해당 급식납품 업체에 대해 입을 열지 못하도록 했을까.

설상가상 해당 단체에 군민들의 혈세를 지원해 주고 있는 옥천군마저도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구렁이 담 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의회 존재 자체 의심케 해

좋다.

납품업체야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랬다 치자.

또 군도 특정 단체 눈치보기에 급급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옥천군의회의 대처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의회 존재 자체를 의심케 했다.

모든 군민들이 학교 급식에 관심을 갖고 연일 성토에 성토를 거듭하고 있으며 지역 언론마저 바르게 나아가자고 목에 핏줄을 세우고 있는데 유독 옥천군의회만은 꿀먹은 벙어리였던 것.

왜 그랬을까, 혹시 문제가 된 특정단체와 남모르는 뒷거래라도 있었던걸까, 아니면 의회 의원 가운데 해당 단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랬을까.

그도 아니면 해당 단체가 갖는 힘이 워낙 강해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 때문에 그랬던 것일까, 수많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5만 옥천군민은 지금의 옥천군의회 의원들을 의회로 보낼 때 많은 기대를 했었다.

힘없는 민초들의 고통과 아픔을 집행부에 대항해 모두가 평등하고 특권이 사라지는 그런 옥천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덧붙여 소수 몇몇이서 좌지우지하는 토착세력들의 발호((跋扈)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주길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했다.

"내가 언제 그런 얘낄 했느냐"

그런데 그런 기대가 무모했다는 걸 알아차리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어찌된게 당선 전에는 ‘전지전능’한 신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서는 막상 당선이 되고나서는 “내가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라는 모양새로 바뀌어 버렸다.

참으로 딱하다. 사실 선출직이라는게 4년 살다 사라지는 한시적 목숨이다.

물론 8년 12년 16년 동안 끈질기게 빌붙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기자가 옥천군의회 관계자에게 청와대를 비롯한 국무총리실, 국민권익위원회 그리고 감사원 등에 옥천군의회를 직무유기로 고발을 한다고 귀띔을 했을 때 관계자는 그저 그런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고발을 하고 비난을 퍼부어 봐야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주자고 취한 ‘옥천향수신문’의 노력이 특정인이나 특정단체를 폄훼하거나 비하하자고 한 일이겠는가, 더욱이 잘못된 일을 바로 잡아 다음부터는 바른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자는게 그토록 눈엣가시이며 눈꼴이 시더란 말인가.

바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다 보니 맨날 ‘촌놈들’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어 있다.

‘촌놈들’은 상대방이야 어찌됐건 그저 자기편 몇몇이서만 뜻이 맞으면 모든게 ‘만사OK’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들 주장만이 옳고 자기들만이 의인이다.

도무지 합리성이나 포용력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군민없는 군과 군의회 존재 불가능

아무리 옥천군이 인구 5만에 불과한 농촌지역이라지만 사고만은 서울시를 넘어서야 하지 않겠는가,

허구헌날 농촌이라는 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우물 안에 갇혀 있다보면 언젠가는 인근 도시들에게 잡아 먹히는게 당연한 결과다.

그렇지 않아도 인구감소로 소멸지수 4에 해당하는 위태롭기 그지없는 옥천군의 미래를 생각하면 아찔함을 넘어 참담함까지 느껴진다.

옥천군이 없는 옥천군의회는 존재할래야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옥천군의회는 마치 영원불멸의 존재로 남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원컨대, 특정 사안이 발생하면 ‘그들만의 불만’이라고 치부하기 전에 왜 그러한 아우성과 몸부림을 치겠는가에 대해 군과 의회는 깊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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