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구제를 위해 멈추지 않는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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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를 위해 멈추지 않는 발걸음
  • 김수연기자
  • 승인 2021.03.05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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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북면 ‘국사암’
지난 1일 국사암에서 옥천향수신문사에 고급 백미(4kg) 65포, 소금 65kg을 기탁했다.
지난 1일 국사암에서 옥천향수신문사에 고급 백미(4kg) 65포, 소금 65kg을 기탁했다.

북유럽 사람들은 소득의 35% 가까이를 세금으로 낸다. 소득에 따라 47%까지 올라갈 정도로 세계 최고의 세율을 자랑하는 북유럽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금을 납부한다.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있고 국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복지정책을 실감하며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덤에서 요람까지’라는 말이 있어도 높은 세율에 반대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복지정책이 탄탄하고 노후가 보장된대도 자신의 수입 중 40%를 선뜻 내어주긴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옥천에 소득의 60% 이상을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기부하며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스님과 단체가 있다. 
바로 한국불교태고종 국사암 종무소 전은순 대표, 이향숙 사무국장, 이영숙 신도회장, 이진숙 신도, 주지 해정스님(바르게살기운동옥천군협의회 회장 공건표) 등이다. 
이들을 비롯한 다른 신도들도 끊임없이 기부에 참여하지만 이 다섯명이 신도를 대표해 앞장서 옥천군에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국사암 주지스님 개인실 한 벽면은 그동안 받은 상장과 표창장으로 도배돼 있다.
국사암 주지스님 개인실 한 벽면은 그동안 받은 상장과 표창장으로 도배돼 있다.

 

97년부터 24년간
단체, 장학회 등 지속적으로 기부

충남 논산이 고향인 해정스님은 1997년 옥천에 자리를 잡고 국사암을 열었다. 평소 ‘가난하고 불쌍한 중생을 구제하라’는 불법을 따라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을 살아온 해정스님과 전 대표.

 
전 대표와 그는 옥천에 자리를 잡고 사회복지시설 행복한집, 부활원, 영실애육원 등 옥천 곳곳의 단체에 기부와 봉사를 시작했다. 그들의 봉사정신은 단지 옥천에 국한되지 않았다. 음성군 꽃동네, 대전의 복지단체 등 다양한 단체에 후원을 지속해왔다.
기부 초반엔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쑥스러워 입구에 기부 물품만 놓고 몰래 도망친 적도 많다.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현재는 “어른공경, 예의, 충성은 지키고 살아야 한다”는 그의 선한 영향력이 국사암 신도들에게까지 미쳐 신도들도 서로를 공경하며 기부와 봉사에 적극 참여하곤 한다.
직접 봉사에 참여하는 신도부터 국사암에 마련된 시주함에 동전, 지폐를 넣는 신도들까지. 이 시주함에 돈을 1년간 모아 연말에 기부한다.


전 대표는 주지스님의 뜻을 따르는 신도들이 보다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끔 국사암 나눔 봉사단을 창설해 봉사단 단장으로 활동 중이며 현재 약 40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다만 전 대표의 한(?)이 있다면 지난해에 창단했는데 창단 당시 사회적 거리두리 상향 조정으로 5인 이상 모일 수 없어 창단식도 하지 못했다는 것. 하루 빨리 창단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에겐 연탄 수천장 기부
정작 절 내는 얼음장

20년이 넘게 꾸준히 기부해 온 국사암의 행적이 알려지며 전국의 많은 방송사와 언론사에서  취재를 위해 국사암을 찾아왔다.
거의 모든 취재진의 반응은 똑같다. “긴 시간동안 적지 않은 돈을 후원하셔서 절도 되게 크고 휘황찬란 할 줄 알았는데 아니다”라는 반응.
그도 그럴것이 보통의 ‘절’하면 생각나는 한옥과 휘황찬란한 단청 대신 국사암은 컨테이너에 공간을 마련해 불단을 세우고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부처님을 모시는 공간 옆으로는 스님의 개인 공간이 있는데 스님이 홀로 불법을 공부하는 공간은 한겨울에도 차갑기 그지없다. 
전 대표는 “매년 여러 단체에 약 5천장의 연탄을 기부하고 있지만 주지스님의 뜻에 따라 절의 난방은 최소화 하고 있다. 특히 스님의 개인 공간엔 거의 보일러를 틀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국사암 실내에 있는데도 모두들 방한용 조끼를 하나씩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입을 모아 “따뜻한 건 마음 뿐이면 된다”고 했다.


이 신도회장은 “겨울에 난방비로 나가는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며 “봉사나 기부를 할 때 수혜자들의 얼굴에 내비치는 미소가 좋아 모두 한마음으로 난방비를 아껴 기부금을 늘리자는 데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기부기 때문에’
가장 좋은 제품만 엄선해서

국사암에는 기부의 중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한가지 있다. 바로 ‘최상품을 엄선해 기부할 것’이라는 원칙이다. 
전 대표는 “형편이 어렵거나 소외계층이라고 해서 자신감을 잃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쌀, 과일 등을 고를 때 최상품만을 골라 구입한다”며 “어느 할머니께서는 정부에서 주는 쌀보다 국사암에서 주는 쌀이 더 맛있다고 칭찬해 주셔서 뿌듯했다”고 했다.


이 신도회장은 “봉사나 기부를 할 때 아예 어려움이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며 “하지만 이렇듯 무심히 건네 주시는 말 한마디에 더욱 힘을 얻어 열심히 활동하게 된다”고 했다.

 

10년 넘게 이어진
고엽제전우회와의 끈끈한 인연

지난 23년간 옥천관내‧외의 수많은 단체에 기부한 국사암이지만 ‘고엽제전우회옥천지회’(지회장 이종선)와의 인연을 빼놓고 얘기하긴 어렵다.


전 대표는 “가끔 옥천성모병원을 방문하면 고엽제전우회 어르신들을 만난다”며 “겉에 보이는 큰 외상이 없어 사람들이 간과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월남전 참전용사들은 월남전이 끝난 현재까지도 후유증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월남전 당시 공중에서 여러차례 살포한 고엽제에 첨가된 독성물질 다이옥신이 체내에 쌓여 지금까지도 임파선과 호르몬 등 내분비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보상이 크다곤 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지난 2011년부터 고엽제전우회옥천지회와 연을 맺어 꾸준히 기부활동을 해왔다. 매년 보훈의 달에 진행하는 성금 기부 뿐만 아니라 명절에는 떡과 과일을 대접하고 코로나 19 전엔 함께 자주 식사도 나눴다. 1년에 수 차례 효도여행도 진행했다.


해정스님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을 대접해 드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며 “다만 지난해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그동안 진행해왔던 행사 중 여러개를 중단한 것이 아쉬웠다”고 했다.

한국불교태고종 국사암 신도들이 옥천군청에 코로나 19 극복 성금을 기탁했다
한국불교태고종 국사암 신도들이 옥천군청에 코로나 19 극복 성금을 기탁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새우젓 할머니


해정스님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젓갈을 팔아 평생동안 23억을 기부해 ‘새우젓 할머니’로 유명한 류양선 할머님이다”고 했다.


전 대표를 비롯한 국사암 신도들 또한 2020년 한 해동안 죽향초등학교, 대전농아인서구지회, 옥천노인장애인복지회관 등 여러 기관에 수십회 물품을 기부했다.


지난 1일엔 옥천향수신문사(대표 최장규)에 4kg 고급 백미 65포와 소금 65kg을 기탁해 신축년에도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전 대표는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 19로 소외계층 분들이 재정적 어려움, 외로움과 힘든 사투를 하고 계시는데 국사암에서 보내는 물품들이 아픔을 잠시나마 어루만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최장규 대표는 “옥천향수신문사도 사랑나눔후원회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함께 소외계층을 위해 노력해 사랑과 배려가 넘치는 옥천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하루빨리 기탁하신 물품을 받을 적당한 수혜자를 찾아 국사암의 나눔활동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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