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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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 7월
  • 채상임 수필가
  • 승인 2016.07.07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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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싱그러운 계절, 만물이 성장 하느라 바쁜 계절이다.
꽃을 떨구어 내고 열매를 맺은 과일은 나날이 몸을 부풀리며 속살을 채워가고 있다.
갑작스런 인기척에 개망초 흐드러진 사이로 꿩 병아리들이 몸을 숨기려고 요리조리 종종 걸음을 친다.

평온함 속에서도 저마다 주어진 일과를 소화하기 위해서 그 과정은 바쁘고 치열하다.
식물은 종족을 보존하고 번식을 하기위해 뿌리를 벋으며 자기의 영역을 확보하려 애쓰고 씨앗을 맺기 위해 분주하다.

뻐꾸기는 종일 소리치고 고라니도 이리저리 뛰면서 외치고 있다.
꿩도 다람쥐도 쉴 새 없이 새끼를 길러내며 6월을 보내고 7월을 맞는다.

어렸을 적 어른들께서 말씀하시던 어정 7월이다.
말 그대로 어정어정 보낸다는 그리 바쁘지 않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듯해서 왠지 어정이라는 말이 그렇게 편안하게 느껴져 온다.

물론 어른들께서 말씀하시던 어정 7월은 음력임을 알고 있다.
아직 한 달이 더 남아있지만, 나는 마음속에 나에게 꼭 맞는 현실적인 얘기라 여기며 요즈음이 어정 7월이라 혼자서만 억지를 쓰고있는 것이다.

지금이야 농법이 많이 발전되고 바뀌어서 사철 과일이 나오고 채소가 나와서 제철 채소, 과일이 무엇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때는 아마 지금 이 시기에는 모든 씨앗을 다 심어서 한참 자라고 있을 때가 아닐까 싶다.

농부는 식물들이 잘 자라도록 곁에서 북을 주거나 풀 메기를 해주면서 다독여 주기만 하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농사 기간 중 가장 한가한 달이 7~8월이 아닌가 한다.

올해는 내게도 어정 7월이 될 것같다. 포도밭에 비닐을 씌우지 않은 관계로 수확시기가 8월로 늦추어졌다.

6월 한 달은 알 솎기와 봉지 씌우기로 쉴 시간도 없이 바쁘게 보냈지만, 이제 부턴 차근차근 포도가 제대로 잘 익을 수 있게 도와주고 보살펴 주기만 하면 되니 이게 얼마만의 여유로움인가 싶다.

장마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예보를 들으며 바쁘게 봉지 씌우기를 할 때 , 부리나케 달려오셔서
아침부터 수고 해 주신 어른들께 한 번 더 마음속으로 감사를 드리고.....

오랜만에 뒤꼍으로 돌아가니 고추도 가지도 주렁주렁 달려서 미끈한 몸매를 과시하고 있다.
바쁘다고 제대로 돌봐주지도 못했는데 저희들이 알아서 이렇게 잘 자랄 때도 있구나 하며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워서 뽑아 버리지 못한 채송화도 고추포기 밑에서 꽃을 피워 방긋방긋 웃고 있는걸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욕심도 꾸밈도 없는 웃음, 나도 마주보며 웃어주고 나니 즐거움은 배가되고.
같이 자라고 있는 잡초들 쯤이야 이제 내가 해결해 주면 되지 하면서 풀을 뽑아 주었다.

날씨가 잘 해준 탓인지 아직까진 작물들이 큰 병 없이 잘 자라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깨끗해진 고추밭 사이로 바람이 들고 나며 저마다 술렁인다.

어느 해인가는 유난히 농사짓기가 힘들고, 아무리 애쓰고 부지런을 떨어도 풍작을 이루지 못하는 해가 있다.

반면에 적당히 비가 내려주고 태풍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때에는 어디에다 감사한지도 모른 채 그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를 뇌이며 농사는 하늘이 지어준다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올 해도 그런 고마운 한 해 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제 부턴 정말 하늘에 달렸습니다!”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늘 상 하는 집안청소도 빨래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어정 7월을 만끽하고 있다.

■ 약력
· 옥천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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