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속에서 건강을 캐내는 ‘하얀고무신’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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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에서 건강을 캐내는 ‘하얀고무신’ 농장
  • 유정아기자
  • 승인 2016.07.0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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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누리는 귀농생활의 선물
산속의 장어라고 불리는 둥근마, 면역력 증강
흰머리와 탈모에 좋은 하수오, 모발관리 도움

서울에서 의류사업을 하던 신영균(54)·노진희(52)씨 부부가 지난 2012년 귀농했다. 이들 부부는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하얀고무신’이라는 농장 명을 정해 둥근마와 하수오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가에서 농사꾼으로 변신하기까지 이들 부부가 겪었던 귀농스토리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옥천군 동이면 평산리 소재에서 ‘하얀고무신’을 운영하고 있는 신영균(54)·노진희(52)씨 부부는 둥근마와 하수오를 재배하고 있다.

부부는 서울에서 30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의류사업을 운영했지만 계속되는 불경기로 인한 어려움과 끊임없이 경쟁해야하는 각박한 도시의 삶에서 오는 환멸을 느끼며 귀농을 결심했다.

귀농을 결심한 후, 지인 때문에 우연히 오게 된 향수길을 보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옥천군에 터를 잡기로 결정했다.

신씨는 “도시에서의 삶은 경쟁적이고 계속 이익만을 쫓아야했다. 서울에선 항상 계산기를 두드리던 삶에 지쳐있었다”라며 “이젠 자연 속에서 땀 흘린 만큼 버는 것에 만족하고 정신적인 안정감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얀고무신’농장 대표 신영균(54)씨

신중한 선택

신씨는 귀농을 시작하기 전 주거지와 토지를 바로 매입하지 않고 인력사무소에서 6개월간 다니며 지역정서와 농사에 대해 알아갔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정보도 듣고 농사일도 배워가며 구체적인 귀농 장소를 결정했다.

신씨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며 노후를 보낼 터전을 신중하게 선택하려고 노력했다”라며 “도시에서의 찌든 삶을 보내다가 옥천에 오니 공기도 좋고 물도 깨끗해 모든 점이 만족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초반부터 대규모 재배는금물”

신씨가 귀농 후 가장 먼저 선택한 작물은 양배추였다.

그러나 신씨는 토양이나 작물기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4500평 규모의 친환경 농사를 시작하면서 거래처와의 계약서도 꼼꼼히 보지 않았던 초보 농사꾼이었다.

신씨는 “8년 동안 농사를 짓지 않고 묵힌 땅이라 친환경 농사를 하면 수확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땐 토양에 대한 지식이나 농작물 거래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하다보니 실수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농약을 안친 작물은 크기도 다르고 미관상 선호도가 높지 않아 거래도 잘 되지 않았다. 대전 오정동 농산물시장에도 가져갔었지만 거래가 거의 안 돼 첫해 작물로 난 수익이 150여 만원이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양배추 농사를 그만두고 지인의 추천으로 충북기술원에서 토종마를 개량한 애플마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두 번째 농사도 쉽지 않았다. 모래가 많은 토양에서 애플마를 생산하니 마 속에 모래가 박혀 판매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애플마는 개량종이기 때문에 계속 재배하면 초반과 형태가 다른 마가 생산돼 애플마도 판매가 어렵게 됐다.

신씨는 “예전에 사업하던 습관처럼 대규모로 시작하려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던 것 같다”라며 “농사일은 재배기술을 제대로 습득하고 경험을 통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양배추와 애플마로 수익이 거의 없던 신씨는 우여곡절 끝에 논산의 마 농가를 방문해 토종마를 계속 접하며 둥근마와 하수오 농사를 시작하게 됐다.

 

둥근마 밭에 있는 신영균씨.

계속되는 처음의 시련

둥근마와 하수오 농사 역시 처음부터 높은 성과를 냈던 것은 아니었다.

둥근마를 재배하던 첫해는 너무 깊이 심어 새싹이 올라오지 못했다. 싹조차 나지 못하게 되자 그 위에 다른 작물을 한 번 더 심어야 했다.

농작물을 기르는 중에도 잡초 뽑기와 원활한 물 공급 등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인건비도 많이 지출됐다.

고랑마다 연결돼있는 수로 공급선.

때문에 신씨는 고랑마다 부직포를 깔아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막고, 가뭄을 대비해 호스를 연결했으며 야생동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밭 주변에 전기울타리를 설치했다.

신씨는 “초반에 시설비용이 많이 지출됐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큰 피해를 막고 품질 좋은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준비했다”라며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겨울엔 벌목일도 나갔다. 시설비 외에도 비료, 퇴비, 자재비, 인건비에 생활비까지 마련하려면 위험한 일도 주저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농사짓기를 몇 년, 올해 마 농사 수확에 기대가 높다며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

하수오도 둥근마와 같이 시작해 올해 3년차로, 올해 첫 수확을 준비하고 있다.

신씨는 “자연 속에서 누리는 삶의 즐거움을 나이 50이 넘어서야 알게 됐다”라며 “마을 주민 분들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수확이 높을 것’이라는 말 한마디에 힘을 얻고 내일 일을 계획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둥근마.

“둘째가라면 서러울 천연 자양강장제”

둥근마와 하수오는 이미 효능효과가 널리 알려진 농작물이다.

신씨는 “마는 산 속의 장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효과를 갖고 있다. 한의학에서 ‘산약(山藥)’이라고 할 만큼 약효가 뛰어나다”라며 “하지만 약처럼 인지하고 갑작스러운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지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수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신씨는 “하수오는 흰머리를 검게 만든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탈모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라며 “요즘에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염색이나 파마가 모발에 손상을 많이 가져온다. 이럴 때에도 모발에 하수오가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오 밭.

눈도장 찍기로 ‘거래처 만들기’

신씨는 귀농초반 지인위주의 거래를 시작했지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거래가 어려워 다양한 판로를 개척했다.

신씨는 “군에서 지원하는 e비지니스 교육과 인터넷 교육을 받아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직거래를 하고 있다. 그 외도 금산, 서울 등 다양한 거래처가 있다”라며 “사업일을 하면서 거래처 뚫는 법은 익숙해 수월했던 것 같다. 특별한 비법보다는 발품을 팔고 얼굴을 보이면서 내가 직접 농사지은 마를 소개하는 것, 그것뿐이다”라고 말했다.

홈페이지 관리방법에 대해서 신씨는 “영농일기를 통해 계절별 농작물 관리법, 시설 설비 등을 공개해 고객과의 신뢰감을 높여 수익을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먼저 다가가는 자세

신씨는 주민들과의 관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울리려는 자세를 강조했다.

신씨는 “평온하던 시골마을에 외지인이 오면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쉽게 주민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라며 “시골로 오면서 돈 자랑을 하는 사람들, 주민들과의 벽을 두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이들 때문에 도시인에 대한 선입견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낮은 자세로 먼저 다가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이면으로 왔을때 가장 먼저 이장님을 찾아가 인사드렸다. 농장 소개도 하고 농사일에 대한 조언도 구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며 “주민의 입장이 되어 먼저 인사하고 직접 지은 농작물도 선물로 드리며 친해졌다”라고 말했다.

 

오랜 농사일로 굳은살이 박인 손.

농사일도 ‘공부’가 필요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3년 정도 기간을 두고 작물과 토양의 성분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군에서 이미 유명한 포도나 복숭아 같은 작물은 과잉상태를 우려해 시도하지 않았다”라며 “신중한 작물 선택과 그에 맞는 토양성분을 고려해 토지를 매입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반에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 농사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라며 “작물과 토지선택 후에도 귀농교육을 통해 직접 경험해봐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역귀농으로 인한 손해를 막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완벽한 농사일을 진행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했다.

신씨는 “본인의 능력 밖의 의욕이 앞서면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초반수익이 기대에 못 미치게 돼 귀농의 가장 큰 장점인 정신적 여유도 즐길 수 없게 된다”라며 “마음 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귀촌을 결심한 배우자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신씨는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귀농을 왔다면 부담이 클 것”이라며 “배우자가 귀농생활이 아닌 직장생활을 원한다면 가정을 안정시킬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직업을 추천한다. 그래야 농사일이 바쁜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어 서로에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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