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직전 ‘지방전문대’ 탈출구는 없는가 - “획일적 커리큘럼 벗어나 독창성 구축이 절실”
상태바
고사 직전 ‘지방전문대’ 탈출구는 없는가 - “획일적 커리큘럼 벗어나 독창성 구축이 절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4.08 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등록률 동반 감소
도내 2·3년제 전문대 특단의 대책 절실

도립대학, 2018년 95.5% 2019년 100% 2020년 97.7%
과학대학, 2018년 95.2% 2019년 87.7% 2020년 77.4%
충청대학, 2018년 94.5% 2019년 96.0% 2020년 80.4%
대원대학, 2018년 84.5% 2019년 79.8% 2020년 70.5%
강동대학, 2018년 89.2% 2019년 93.2% 2020년 77.5%

지방대가 무너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라면 늦어도 3년 후에는 전국 351개 대학(2·3년제 대학 포함) 가운에 최소 87개 대는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는 막장 드라마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게 교육계 안팎의 진단이다.

사단법인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2020년 보고서를 통해 2024년 비수도권 대학 가운데 신입생 정원의 70%를 못 채우는 곳이 전체의 34%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도 12%로 예상했다.

이러한 현상은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광역시도가 아닌 군소 시군 단위 소재 대학들의 경우 그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

실제로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200개교 가운데 30개교 이상이 신입생 100명을 못 채웠으며 이 가운데 18개교는 200명 이상이 미달 현상을 보였다.

즉, 전체 입학 정원의 10% 이상을 뽑지 못했다.

지방전문대, 10곳 중 8곳 미달

문제는 지방에 소재하고 있는 2·3년제 전문대학. 이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국 129개 전문대 가운데 신입생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이 무려 103곳이나 됐다.

전체 전문대 10곳 가운데 8곳이 정원 미달사태를 맞은 것이다.

모집정원을 100% 채운 학교는 전체의 20.2%인 26개교에 불과했다.

4년제 대학을 선호하는 국민의 정서상 4년제 대학을 갈 수 있는데도 2·3년제 전문대학을 선택한다는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다시 말해, 4년제 대학에 신입생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2·3년제 전문대만의 독특하고 끌림이 있는 특단의 대책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과 같은 과거지향적인 커리큘럼도 뜯어 고쳐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옥천향수신문’이 충북 도내 2·3년제 전문대학(충북도립대·충북보건과학대·강동대·대원대·충청대)들의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3년 간 등록율을 확인해 보았다.
 
충북도립대, 기계자동차과 등 11개 과

먼저, 충북도립대(총장 공병영, 이하 도립대). 도립대의 경우 2018년 471명 모집에 450명이 등록, 95.5% 등록률을 보였다.

하지만, 2019년에는 420명 모집에 420명 전원이 등록 등록률 100%를 달성했다.

다른 대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등록율이다.

그러나 2020년에는 432명 모집에 422명이 등록, 전년 대비 2.3% 줄어든 97.7%에 그쳤다.

도립대의 경우 충청북도가 설립, 운영하고 있어 다른 사립대에 비해 비교적 안정성을 보장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신입생들이 충당되지 않을 경우 결코 존립 자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도립대는 옥천캠퍼스(옥천)와 오송바이오캠퍼스(청주) 등 두 곳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옥천캠퍼스는 1996년 19개 학과 400명으로 공립대학 설치 승인을 받았으며 오송바이오캠퍼스는 2014년  바이오생명의약과 120명으로 설립 인가를 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학과 역시 기계자동차과를 비롯한 전기에너지시스템과, 환경보건학과, 컴퓨터드론과, 반도체전자과, 스마트헬스과, 조리제빵과, 바이오생명의약과, 융합디자인과, 소방행정과, 사회복지과 등 총 11개 과로 도내 5개 2·3년제 전문대학 가운데 가장 적은 과를 두고 있다.

충북보건과학대, 방사선과 등 26개 과

다음은 ‘충북보건과학대’(총장 송승호, 이하 보건과학대).

보건과학대 역시 2018년 1,259명 모집에 1,198명이 등록 95.2%의 등록율을 보였으며 2019년 1,362명 모집에 1,194명이 등록 87.7%의 등록률을 보였다.

특히, 2020년의 경우 1,344명 모집에 1,040명의 등록율을 보여 전년 대비 무려 10.3%나 줄어든 77.4%에 머물렀다.

‘보건과학대’는 바이오생명제약과를 비롯한 방사선과, 보건행정과, 응급구조과, 임상병리과, 작업치료과, 치기공과, 치위생과, 간호학과, 의료재활과, 언어재활보청기과, 반도체전자과, 전기과, 미래자동차과, 스마트반도체장비과, 호텔제과음료과, 창업경영과, 사회복지과, 보건보육청소년과, 복지행정과, 경찰행정과, 건설정보부사관과, 정보통신부사관과, 태권도외교과, 스포츠건강관리과 등 총 26개 과를 두고 있다.

1990년 학교법인 주성학원 설립인가를 받아 1992년 주성전문대학으로 제1회 입학식을 가졌다. 올해로 개교 32년을 맞이했다.

충청대학, 컴퓨터전자과 등 34개 과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충청대학’(총장 오경나, 이하 충청대)

충청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8년 1,752명 모집에 1,655명이 등록, 94.5%의 등록율을 보였으며 2019년에는 1,775명 모집에 1,704명이 등록 96.0%의 등록율을 보였다.

특히 2020년에는 1,875명 모집에 1,507명만이 등록, 전년 대비 무려 15.6%나 하락한 80.4%에 머물렀다.

‘충청대’는 전기전자학부를 비롯해 항공자동차기계학부, 생명화공과, 품질경영과, 보건3D프린팅정보과, 컴퓨터전자과, 방송영상콘텐츠과, 시각디자인과, 건축과, 경찰행정과, 인테리어디자인과, 도시건설정보과, 항공보안과, 소방안전과, 군사학과, 경영회계과, 유아교육과, 아동보육과, 사회복지과, 항공관광과, 사회체육과, 패션디자인과, 호텔·바리타스전공, 일본어통역전공, 실용음악전공, 실용댄스전공, 간호학과, 치위생과, 응급구조과, 보건행정과, 의료미용과, 식품영양외식학부, 식의약품분석과, 미용예술과 등 총 34개 학부와 학과를 두고 있다.

‘충청대학’은 1980년 청원군 강내면 일대에 학교부지를 마련, 1981년 충청실업전문대학으로 출발, 올해로 만 41년된 대학으로 충북 도내 전문대학으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원대학, 철도건설과 등 24개 과

 

‘대원대학’(총장 고숙희)도 마찬가지.

대원대는 2018년 1,167명 모집에 986명이 등록, 84.5%의 등록율을 보였으며 2019년 1,230명 모집에 982명이 79.8%의 등록률을 보였다.

하지만 2020년에는 이보다 더 낮은 1,336명 모집에 942명 등록, 70.5%에 그쳤다.

전년 대비 9.3%나 하락했다.

대원대는 전기전자과를 비롯해 국방통신부사관과, 철도건설과, 자동차정비튜닝과, 멀티미디어과, 건축인테리어과, 소방안전관리과, 간호학과, 물리치료과, 방사선과, 응급구조과, 치위생과, 뷰티과, 보건의료행정과, 운동재활과, 바이오메디컬과, 호텔조리제빵과, 유아교육과, 호텔카지노경영과, 항공서비스과, 사회복지과, 철도운전경영과, 청소년지도상담과, 경찰경호행정과 등 총 24(학)과를 두고 있다.

대원대는 1984년 학교법인 민송학원으로 출발, 지난해 2월 제24회 학위수여식까지 37년 동안 학사학위 150명과 전문학사 819명 등 총 969명의 학위취득자를 배출했다.

강동대학, 소방안전과 등 28개 과

 

‘강동대학’(총장 류정윤)은 2018년 1,961명 모집에 1,750명이 등록 89.2%의 등록율을 보였다.

2019년 1,758명 모집에는 1,638명이 등록 93.2%의 등록율을 보였다.

문제는 2020년의 경우 1,871명 모집에 1,450명만이 등록 전년 대비 무려 15.7%나 하락한 77.5%에 머물렀다.

강동대는 자동차튜닝과를 비롯해 전기전자과, 컴퓨터정보과, 소방안전과, 부사관과, 라이프스타일과, 건축과, 실내디자인과, 뷰티미용과, 시각프린팅디자인과, 안경광학과, 치위생과, 간호학과, 물리치료과, 보건의료행정과, 보건청력재활과, 방송·드라마제작전공, 영상광고전공, 항공서비스과, 호텔조리제빵과, 창업경영과, 유아교육과, 사회복지과, 경찰행정과, 레저스포츠과, 실용음악과, 만화·애니메이션콘텐츠과, K-POP문화콘텐츠과 등 총 28개(학)과를 두고 있다.

1991년 학교법인 해광학원으로 출발, 2021년 2월 제26회 학위수여식을 기점으로 31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달콤함 장학금 보다는 건전한 이사회와 실력있는 교수진 확보가 더 시급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걸어가는 도내 2·3년제 전문대학들이 살아날 방법은 무엇일까.

앞에서도 보았듯이 5개 대학 대부분이 비슷비슷한 과를 운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학 간 경쟁력의 저하로 ‘제살깍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5개 대학 모두 공통으로 ‘사회복지과’를 두고 있으며 ‘소방’과 ‘호텔’ 관련 과, 물리치료과, 자동차 관련 과 등이 상당 수 중첩돼 있어 이러한 과들을 계속해서 존치하는 한 결국은 모든 대학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너도나도 인기있는 과 만들기에만 급급하다 보면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결국은 ‘속빈 강정’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비슷비슷한 과를 2~3개 존치하기보다는 과감히 통폐합을 단행, 실속있는 학교 운영이 절실하다”며 “지자체와 연계한 지역별 특성에 맞는 과를 개설, 운영하는 것도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이자 하나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을 위해 앞다퉈 내걸고 있는 각종 장학금도 문제다.

얼핏 생각하면 다양한 장학금을 지급함으로써 입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 같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대학 이사회’의 건전성과 ‘실력있는 교수진’ 확보, 거기에 빈틈없는 ‘수업’ 진행들이 그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당분간 대면 수업은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대학 이사회와 교수들의 갑질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학에  어느 부모가 입학을 시키겠는가라는 것이 뜻있는 예비 대학생 부모들의 생각이다.

옥천읍에 사는 주민 김순철(50)씨는 “내년에 대학에 들어갈 아들이 있다. 기왕이면 4년제 대학에 보낼 생각이다”며 “그러나 지역에 있는 2·3년제 대학 가운데서도 경쟁력이 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과가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가치는 있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