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TV 한 대만 있으면 마을 사람들로부터 동네 영화관 소리를 듣던 시대가 있었다.
저녁을 먹으면 마을 사람들이 TV가 있는 집으로 몰려와 아랫목, 윗목 양쪽으로 줄지어 앉았다.
드라마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면 여기저기서 흑흑하는 소리와 함께 마을 전체가 울먹거렸다.
이럴 때면 악역을 맡은 배우는 몹쓸 사람이 됐고 사람들은 TV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지금은 아무도 보지 않는 흑백 TV지만 당시에는 주인에게 10원, 20원의 입장료를 내고서라도 보러올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특히 만화가게에서는 김일 선수의 레슬링 시합이 있는 날이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스마트폰으로도 드라마, 영화, 뉴스 등을 모두 시청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편해지기는 했지만 드라마 한 편을 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였던 그 시절은 이제 사진 속에서나 보는 추억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TV 방송을 시작한 때는 1962년이었다. 도시 부유층들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TV를 보았으나 농촌 지역인 옥천에서는 보급이 많이 늦어 70년대 중후반에서야 보았다.
그 시절, 마을에 한 대 있던 흑백 TV는 옥천 사람들에게 문화생활을 누리게 해 준 소중한 도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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