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코로나 장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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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코로나 장발장’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04.29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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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시 한 고시원에서 사는 40대 남자가 구운 계란 18개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시가 5천원 상당의 식품.

지난해 5월, 폐지 줍는 일을 하는 70대 남자가 남의 집 앞에 놓인 플라스틱 팰릿(pallet, 화물을 쌓는 틀) 묶음을 주워 고물상에 내다 팔다 집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 그가 고물상 주인으로부터 받은 돈은 고작 2천원.

지난해 11월, 인천광역시 한 주점의 실외창고에 40대 남자가 창고 출입문을 따고 닭발과 돼지껍질, 통조림 등을 들고 나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시가 5만원 상당의 식품.

지난 3월, 강원도 춘천시 한 무인(無人) 상점에서 60대 남자가 과자와 캔커피 등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물품값은 9천원.

첫 번째 남자는 코로나 19로 건설 현장 일이 끊기고 무료 급식소마저 문을 닫는 바람에 열흘 가까이 물 밖에 마시지 못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란을 훔쳤다.

두 번째 남자는 평소 폐지를 줍던 자신의 행태대로 팰릿을 주워다 팔았다.

자신이 늘 해오던 것처럼 그냥 버려져 있으니까 가져다 팔았을 뿐이다.

세 번째 남자 역시 실직 상태에서 며칠을 굶다보니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네 번째 남자도 심혈관 약을 먹어야 하는데 빈속에 먹을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식료품을 훔쳤다.

모두 생계형 절도다.

특별히 계획적이거나 엄청난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못 살 것 같이 하는 수 없이 그랬다고 했다.

우리는 이러한 행태를 ‘생계형 범죄’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생계형 범죄’가 코로나 이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갖는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강력이나 폭력 또는 교통범죄는 9% 정도 줄어든 반면 ‘생계형 범죄’가 5%나 더 늘었다고 발표했다.

물론, 아무리 힘들어도 남의 물건에 손을 대거나 훔치는걸 두둔하자고 하는건 아니다.

당연히 법에 의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 그들의 입장을 무조건 법으로만 판단하는게 온당한지도 되돌아 볼 일이다.

모두가 우리의 잘못

그들이라고 도둑질을 하고 싶었겠는가, 그들이라고 남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싶겠는가.

모두가 우리의 잘못이다.

아니다. 상당 부분 국가에 책임이 있다.

숨쉴 틈없이 불거지는 정치인들의 일탈을 비롯해 자칭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상식 이하의 행동을 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모두 몰수해서 먹지 못해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실, 서민들은 큰 욕심이 없다.

그저 몸뚱아리 하나 누일 정도의 공간에 하루 세까 먹을 정도의 양식만 있으면 족하다.

그런데 일부 불법으로 재산을 모은 자들은 수십채 씩의 집도 부족해 없는 사람들의 고혈(膏血) 짜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옥천에는 그러한 ‘생계형 범죄’가 없을까.

물론 외부적으로 발표된 내용이 없어서인지는 모르나 분명 남의 이야기는 아니리라 본다.

이쯤에서 옥천도 군민 가운데 배를 곯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야겠다.

자칫 코로나로 못가진 군민들 삶의 고통이 가려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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