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햇살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와
졸고 있는 꽃잎 눈꺼풀 깨우고
읽다만 책 위에 길게 늘어져
글자들을 읽어준다
창문 뜸 바람
아이들 노는 소리
난간을 타고 들어와
거실의 구석구석에 앉으며
저 멀리 산등성이로 넘어가는 햇살
평화로운 시간을 대신해 준다
어둠이 발목으로 밀려오고
오랜만에 찾아온 기억들은
쉬이 떠나지 않는다
쓰다만 시어(詩語)들이 몸속을 떠돈다
어둑해진 공기 중으로 떠도는 문장들
지나간 웃음들의 노랫소리 들으며
나는 여전히 너를 품고
기억의 층계를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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