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침류(漱石枕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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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침류(漱石枕流)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05.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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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 보면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 자신의 말이 틀렸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맞다고 우겨대는 경우가 그렇다.

진나라가 혼란 속에 빠져 갈피를 못잡고 서로가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시절.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청담(淸談)이 유행하고 있었다. 청담이란 세속적인 도덕이나 명성과 같은 것을 경시하고 노장(老壯)의 철학적 이치를 더 중시하는 그런 대화를 말한다.

어느날 손초라는 한 젊은이가 벼슬길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산림 속에 은거하기로 결심하고 친구 왕제를 찾았다.

“이제부터 나는 돌로 양치질을 하고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는 생활을 할 것이라네”

그러자 왕제가 웃으며 “돌로 베개 삼아 눕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을 하겠지”

자신의 실언을 지적당한 손초가 자존심이 상했다.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겠다는 것은 고대 은둔지사였던 허유처럼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경우 귀를 씻기 위해서이고 돌로 양치질을 한다는 것은 이를 닦기 위해서라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도 손초는 자신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손초는 왜 자신의 말이 틀린 줄을 알면서도 끝까지 맞다고 우겼을까. 왕제와는 친구사이이기에 얼마든지 “아, 실수했네”라며 바로 잡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하지 않았을까. 그건 다름 아닌 값어치 없는 자존심 때문이다. 왕제가 지적을 해주면 얼른 바로 잡을 생각은 안하고 ‘네가 뭔데 나한테 가르치려 드느냐’는 식으로 생각했기에 둘 사이는 더 이상의 대화가 필요없게 되고 말았다. 

즉 말이 안 통하는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가 그렇다. 분명 상대방의 말(혹은 생각)이 시대에 맞지 않고 조직에 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리며 으스대는 모양새를 볼라치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조직의 장이 됐는지 아이러니컬 할 때가 많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말조심해야

조직이란 한 두 사람이 모여 이루어지는게 아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까닭에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이 말조심을 해야 한다. 왜 그런 말이 있잖은가. ‘세 치 혀가 사람잡는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

세상사 모든 것은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리더는 말 조심을 해야 한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해당 조직의 와해(瓦解)를 불러 올 수도 있고 자칫 자취마저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

사람이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되어 있다. 다만, 실수를 범했을 때는 가능한 빨리 인정을 하고 그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게 상책이다. 만에 하나 끝까지 자신의 틀린 행동을 꺾지 않고 고집한다면 그는 더 이상 해당 조직에서 필요없는 존재로 여겨져 당장에는 아닐지라도 때가 되면 반드시 그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

말이란 한번 내뱉은 말은 아무리 재산이 많고 강한 권력을 지닌 사람이라도 결코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잘못된 말 한마디로 요직에서 물러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옥천군은 어떤가, 자칭 리더라 하는 사람들의 행태가 손초와 같은 전철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그나마 손초는 자신의 말이 틀렸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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