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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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06.0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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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급식에 공급되는 식재료가 지역에서 생산된 우수한 농산물 중심으로 공급되도록 선순환 조달체계를 혁신…” “… 사회적 약자계층의 고용을 통해 … 순환과 공생의 공동체 회복”

이는 옥천군 지역농산물 공공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와 ‘옥천살림협동조합’(이하 조합)이 내걸고 있는 조합 설립 목적이다.

언뜻 보면 5만 옥천 군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엄청난 계획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군이나 조합이 취하고 있는 행태를 보면 실망을 넘어 분노마저 인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럴 수 있을까. 두 얼굴을 가진 모양새다. 분명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보는 듯하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이 소설은 이중인격이라는 소재를 쓴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주인공인 헨리 지킬(Henry Jekyll) 박사는 인간의 몸에 선과 악이라는 두 가지의 본능이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여러가지 실험 끝에 화학약물을 만들어 마시고 자신의 인격을 두 가지로 나누기에 성공한다.

하나는 원래의 지킬 박사 자신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절대 악의 분신인 에드워드 하이드(Edward Hyde)이다.

둘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낮시간에는 ‘지킬’의 젠틀한 신사와 같은 행동거지를 보이지만 밤에 ‘하이드’가 되면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 실험의 성공에 고무되어 지킬 박사는 더욱 많은 약물을 만들어 마셔서 자주 하이드로 변신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면의 하이드를 더욱 더 통제할 수 없게 되고 마침내는 자신의 인격과 마음을 잃어버리고 그냥 사악한 하이드가 되고 만다. 결국 지킬 박사는 마지막 약물의 힘으로 참회록을 쓴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바로 이러한 모습이 ‘조합’에서 반추되고 있다.

먼저, 조합은 옥천군 관내 각급 학교를 비롯한 어린이집, 직매장 등 대부분의 급식 관련 기관이나 업소 등에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다. 독점 그 자체다.

문제는, 단순히 식자재를 독점 납품한다는 자체가 아니라 납품을 통한 이들의 행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자체를 배경으로 농민을 이용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왜 조합이 문제인가. 조합이 구멍가게나 개인사업장처럼 순수 자신의 재력으로 영업을 하는데서야 무슨 시빗거리가 되겠는가, 하지만 조합은 조합 운영에 있어 상당 부분을 지자체(옥천군)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지자체의 지원은 당연히 군민의 세금이다. 환언하면, 특정 소수 몇몇이서 만들어 운영하는 조합에 피같은 군민들의 혈세가 투입되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것도 겉과 속이 다른 이익집단에 말이다. 설립 취지만 번드르하면 뭐하는가, 결말이 그렇지 않는데.

설상가상 군이나 군의회 어느 누구도 이들 조합의 운영에 대해 아무런 지적이나 개선방안도 찾지 못하고 있다. 마치 꿀먹은 벙어리 모양이다. 아니다, 분명 군민들이 알지 못하는(알아서는 안되는) 뭔가가 있다. 특히, 군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조합의 운영 상태를 감독할 의무가 있는 군의회의 처세는 직무유기를 넘어 한심함 그 자체다.

조합의 그 무엇이 두려워서 말을 못하고 있는 걸까, 혹시 조합의 이면에 가리워져 있는 또 다른 힘의 실체가 있기라도 하는 걸까. 그도 아니면 조합 관계자들의 입김이 강해 혹시 표에 영향이라도 미칠까봐 모른 채 하는 걸까.

하지만, 아무리 조합이 힘이 강하고 배후에 또 다른 세력이 있다 할지라도 의회는 주어진 본연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말로만 군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고 아픈 데를 어루만져 준다고 하지 말고 지역사회 내에 잔존하고 있는 불합리하고 비도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가 누구든(설령 배후 세력이 대통령이든 아니면 신이라 할지라도) 단호히 대처해야 하는게 진정으로 군민들을 위하는 것이다. 그것이 의회의 존재가치이며 진정으로 5만 군민의 유권자들을 위하는 길이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아예 선출직에 나서지 않는게 맞다.

옥천군 역시 농산물과 같은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는 그저 ‘돌아가며 맡는 부서’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허구헌날 밀려드는 각종 민원을 줄이는 것도 또 다른 행정효율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다.

옛 말에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면 언젠가는 자신의 눈에서 피눈물난다’고 했다. 더 이상 선량하기 그지없는 농민들의 마음을 보듬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눈에서 눈물을 나게 해서는 안된다. ‘옥천살림’도 ‘옥천군’도 그리고 ‘옥천군의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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