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의 성폭력 및 아동학대에 대처하는 체제를 구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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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의 성폭력 및 아동학대에 대처하는 체제를 구축하라”
  •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 교육학박사
  • 승인 2021.06.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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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보 박사, 성명서 발표

지난 달 오창의 한 여자중학교 학생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관련, 지역의 한 교육계 인사가 성명서를 내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여학생은 지난 달 12일 오후 5시 9분쯤 청주시 오창읍 창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두 학생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곧바로 청주 성모병원과 충북대병원으로 나눠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현장에서는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으며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두 여학생은 숨지기 전 경찰에서 각각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은 성명서의 내용.

“또래 여중생 2명의 투신 사망! 충북교육은 이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방기했다. 뼈아픈 반성과 함께 아동‧청소년의 성폭력 및 아동학대에 대처하는 체제를 구축하라!”

삼가 꽃다운 나이에 고통 속에 스러져간 두 여중생의 명복을 빈다. 가정의 달 오월에 청소년기의 소녀들이 죽음에 이르렀다. 우리 모두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들은 성범죄와 아동학대의 피해자다. 인류의 가장 치욕스러운 범죄가 일어난 것에 대해 우리 모두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어느 하나 책임있게 대처하는 곳이 없다. 우리는 방관자에 불과했다. 이들 희생자의 배후에는 패륜의 부끄러운 가정이 있었고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검찰과 경찰도 있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죽음을 방기한 충북교육청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죽음 이후의 대처에서 충북교육청은 지극히 형식적이고 무책임했다. 두 소녀는 교육 당국에 아동학대와 성폭력의 피해사실을 알렸다. 책임있는 대처를 해야 할 교육 당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가정에서 부모의 압박이 계속되는 동안 그들을 보호하고 신속히 대처했어야 했다.

이들이 전문 상담기관에서 심리치료를 받는 동안 경찰수사가 시작되고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지만 반려되었다. 심약했던 두 소녀들은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한없는 자괴감에 빠져 든 허탈한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을 죽음에 몰아간 책임을 어떻게 면할 수 있단 말인가.

성폭력은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성폭력은 두려움과 무서움, 억울함과 분노, 수치심과 죄책감, 불안, 무력감을 낳는다. 무엇보다 사람을 신뢰하는 마음이 무너지고 마음의 문이 닫힌다. 내 몸이 더러워졌다는 자괴감 속에서 자아존중감은 나락에 젖어들게 된다.

여중생 두 명의 비극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그 원인과 처리 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우리 사회에 묻고 싶다.

특히 피해자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책임있게 대처하지 못한 충북교육청 당국에 그 책임을 묻는다. 충북교육감은 뒤늦게 간부 회의에서 안이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붓아버지로부터 당한 피해 내용을 반복해서 진술하는 과정에서 극단의 코너로 몰린 그들의 심리상태는 최악이었다. 답답하다 못해 슬픔을 느끼게 된다.

두 여중생의 비극을 초래한 이 시대 어른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에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성범죄의 재발 방지 및 안전망 확충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아동 청소년 성범죄 발생 시 최선을 다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를 다하라. 가족이라는 이유로 방치를 한다면 피해자의 일상은 악몽일 수밖에 없다. 지인이라 하더라도 마주치기가 두렵다.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우려 때문에 겪는 고통은 감내하기 어렵다.

둘째. 교육감은 성범죄 사건이 발생할 시 위기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피해자 보호와 비밀유지, 정신적 안정에 최우선으로 대처하라. 피해자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안정된 일상으로의 회복을 위한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피해 사실을 반복해서 기억하고 진술해야 하는 아동‧청소년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교육청은 수사기관, 지자체,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라. 사안의 신속한 처리와 함께 성폭력 피해 학생을 책임지고 보호해야 한다. 김병우 교육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안의 중대성 및 위급성에 대한 인식을 통감하고 학교와 교육청의 역할과 기능을 새로이 점검해야 한다.

넷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자살 예방 교육은 물론, 교직원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자살 위기 학생 관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라. 학교 교육과정 속에 운영되고 있는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 교육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더 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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