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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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81)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1.06.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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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란

멀고 먼 옛날 대여섯 살쯤 된 한 남자 어린이가 토끼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하러 나간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것. 이 어린이에게는 환갑을 넘긴 할머니 한 분이 유일한 가족이었다. 할머니는 젊었을 때부터 물질해서 생계를 유지해 온 해녀였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물질하기도 힘겨웠다. 하지만 손자와 먹고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린이는 할머니가 바닷속에서 갖가지 해물을 건져 올리는 동안 바닷가에서 홀로 모래에 그림을 그리고 조개를 주우며 할머니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돌아올 시간이 되면 토끼섬 가까이 갔다. 할머니는 늘 토끼섬 부근에서만 작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츰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철모르는 손주는 그만큼 할머니를 빨리 만날 수 있어 좋았지만 오래지 않아 할머니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지 못했다. “내가 없어도 살 수 있겠니?” 할머니가 슬며시 손주의 얼굴을 보며 물으면 “할머니와 오래오래 함께 살 건데요. 뭐” 손자는 아무 걱정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점점 몸이 쇠약해져 어느 날 밤잠이 들고 나서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다. 할머니의 혼백은 문을 나서서 토끼섬까지 가서는 손주에 대한 애처로움 때문에 차마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할머니의 혼백이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 사이 발에서 뿌리가 생기고 겨드랑이에서는 잎사귀가 돋아났다. 얼마 되지 않아 토끼섬에는 많은 꽃이 피어났는데 만년을 살아야 한다는 손자의 말에 할머니는 꽃이 됐다.

이 꽃이 ‘문주란’이다. 할머니의 혼백이 만년을 살아 손주를 지켜보고 있다는 문주란의 꽃말은 ‘정직, 순박’이다.

아킬레아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서양톱풀(Common Yarrow)이라 부른다. ‘아킬레아’는 고대 그리스의 전사가 부상한 병사들의 상처를 이 풀로 치료해 고쳤는데 그의 이름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꽃말은 ‘지도력’이며 1m 높이로 자란 줄기 끝에 붉은색 머리 모양의 꽃이 차례로 피어 보기가 좋다.

흰색 꽃 양귀비

중국 초나라의 패왕 항우와 그의 애첩 우 미인의 이야기다. 항우가 한신의 십면 매복에 당해 군대가 포위되고 파국 지세를 깨달았을 때 술을 마시며 시를 지었다. 이에 우 미인은 항우의 시에 맞춰 아름다운 검무를 추고 답 시로 노래를 부르며 그를 위로하고 함께 슬퍼했다. 그녀는 항우에게 “후퇴해 다음에 다시 거병을 하자”고 권했는데 항우의 미련과 망설임에 자신을 칼로 찔러 자결하고 말았다.

후에 우 미인의 무덤에서 아름다운 흰색 꽃 양귀비가 피어났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꽃말은 ‘망각, 수면, 해결, 위안, 위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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