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가치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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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가치와 행복
  • 임주묵 전 미국 재무위험관리사
  • 승인 2016.07.14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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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른 아침임에도 강렬한 햇살때문인지 거미줄에 걸려죽은 나비 한마리가 더욱 선명하다. 그도 아마 밤새 그 덫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 더 촘촘히 감겨져 결국 체념한 채로 무기력하게 자신의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다.

순간 문득 작년에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수저’ 색깔이다”란 말을 남기고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젊은 서울대생의 절규와 최근에도 서울대 출신 검사의 “그만둔다고 하면 난 영원히 실패자로 낙인 찍혀 살아가야겠지”란 독백이 커다란 울림이 되어 내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언뜻 보기에는 우리들은 그들의 죽음에 공감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이 그 두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까? 우리 모두가 살인 방조자들은 아닐까?

그 둘의 공통점은 똑똑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속한 세계에서는 그들 또한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소외감’과 그들이 추구했던 ‘가치’와 현실 사이의 ‘모순’이 극단적인 선택에 일조했을 것이다.

스피노자의 말을 빌리면 개별 인간은 전체에 종속되어야 할 보잘 것 없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신의 일부분이며 무한실체(infinite entity)의 부분적 실현이므로 그 어떤 것도 경멸받아서는 안 되며 모든 생명 그 자체로 긍정되어야 하며 하물며 하찮은 미물까지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최근에도 이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결정하는 교육부의 한 고위공무원 조차도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99%의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고로 나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의 공분을 샀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사람들은 물질적 가치에 압도되어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망각하면서 ‘존재(what we are)’ 보단 ‘소유(what we have)’에 집착한다.

따라서 개개인의 고유한 개성, 인격 등은 함몰되고 ‘존재’의 사회적 가치는 개인이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재산이나 학력, 사회적 지위, 업적 평가, 명예 등에 의해 결정된다.

내면적 가치는 무의미하다. 이런 사회 구조 하에서는 사람들은 남들과 비교하여 자신이 ‘우월’하다는데 ‘자아 정체성’을 찾고 만족감을 얻기 쉽다.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사회 개개인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good enough)’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경쟁과 사회구성원과의 갈등 속에서 ‘좌절감’은 극대화 된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나(what weare)’와 사회가 ‘요구하는(what we shoud be)’ 완전한 인격체 간의 괴리로 인해 자기 자신의 내면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필자 또한 지금 돌이켜보면 그 범주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나’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외면한 채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하는 것들을 쫓느라 ‘나’ 자신을 잃어버리며 살아온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이제 40대 중반이 훌쩍 넘어선 지금은 ‘나’ 라는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기에 노력중이다.

이른 봄에 심었던 따알리아가 장마가 끝난 뒤에 훌쩍 자라서 어느새 꽃봉오리가 만개해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낸다. 마당 앞 화분 속의 백합들 또한 자신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축 쳐져 자신의 향기로움을 내뿜는다.

옥상에서 갓 수확한 하지감자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노동 품을 팔아서인지 더욱 더 특별하다. 순간, ‘황홀감’, 경이로운 ‘전율’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쳐 올라 무릎 꿇은 채 ‘경외감’ 으로 인한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이렇게 앙증스러운 꽃봉오리를 볼 수 있게끔 ···
어지러울 정도로 백합의 향기를 맡을 수 있게끔 ···
땅 속에서 감자들을 캐어낼 수 있도록 ···
온전한 시각, 후각과 건강한 신체를 주심에 감사합니다.

따알리아, 백합, 하지감자, 상추, 고추 등은 나 자신으로 하여금 “‘내가 쓸모 있는 존재다’라는 ‘존재감’을 형성해주고 더 나아가 ‘나’란 ‘존재’보다 더 큰 어떤 것의 일부가 되고 보이지 않는 영원한 실재에 포섭된 존재다”라고 일깨워 준다.

“그래, 살아있다는 것(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와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를 통하여 나는 지금 현재 ‘나’ 자신을 둘러싼 ‘물질적 가치’가 숭배되는 현실의 세계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더 의미 있는 정신적인 ‘무엇’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이런 체험들을 통해서 지금 현재로서의 있는 ‘나’ 라는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여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어느 정도 초연해(detachment)하여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약력
· 전 국민은행 근무
· 미국재무위험관리사
· 문정주유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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