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농민을 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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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농민을 울리는가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07.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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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환경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아무리 비참한 처지에 물려도 변화를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다. 어쩌면 못하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생활양식이 너무나 위태로워서 자신의 힘으로는 그 어떤 것도 삶의 환경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 결국은 이렇다 할 움직임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고착화된 삶을 이어 나간다. 결국 이들은 죽는 날까지 남의 그늘 아래서 숨죽이며 살아가는 수 밖에 없다. 스스로 자신이 쳐놓은 굴레에 자신을 속박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늘 또 다른 세계를 꿈꾸며 언젠가는 그러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필자는 바로 이러한 사고방식의 사람들을 만났다. 1년 내내 죽자사자 흙갈고 풀 뽑고 물대며 지은 자식과도 같은 농산물을 힘있는(사실은 사악한) 사람들의 간교한 계략에 속아 지극히 헐값에 넘겼다. 그나마 수매를 해주는 것만도 고마워 했다. “여기 아니면 그 어디에서도 수매를 안해 주는데 얼마나 다행이냐”라며 내케지도 않는 자위를 했다. 사실상의 자포자기 상태다. 가격인상을 해달라고 한마디 건의라도 해보라는 필자가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 순박하기 그지없는 농민들의 진짜 속마음이다. 평생을 농사만 짓고 살아가는 그들은 배운 것도 가진 것도 힘도 없다. 그래서 남을 해코지할 줄도 속일 줄도 모른다. 그저 해뜨면 일어나 밭으로 산으로 나가 허리를 굽히다 해지면 집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누인다. 마치 그러한 삶이 자신에게 부여된 운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래서 그들은 누구에게 큰 소리 한번 치지 못했고 마음 편히 놀러 가지도 못했다. 그럴 시간 있으면 논 밭에 나가 풀 한포기라도 더 뽑는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듯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공평하고 모순 덩어리겠는가. 순진한 농심(農心)을 이용, 그럴싸한 감언이설로 현혹해 마치 ‘우리가 당신들에게 엄청난 은혜를 베풀고 있으니 아무 말 하지 말고 하라면 하라는대로 하면된다’고 압박한다. 혹여, 자신들의 행태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정당한 주장이라도 할라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제명을 시키고 수매를 거부해 버린다.

이러한 공갈과 협박에 대항할 농민은 아무도 없다. 교과서적으로야 요즘같은 시대에 그런게 말이 되느냐고 할지 모르나 실제 농촌사회의 현실은 180도 다르다. 그게 작금의 농촌세계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실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름하여 힘깨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이들은 표라는 너무도 달콤한 향기에 취한 나머지 일단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마치 당장에라도 고칠것처럼 큰소리는 치나 막상 그 자리를 떠나면 “내가 왜 그런 골치 아픈 일에 끼어 들어 표를 깍겠는가” 하며 오히려 강자 편에서 약자들의 하소연을 뭉개고 만다.

선출직이든 재산가든 그도 아니면 잔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이든 모두가 다 같이 소중한 생명체요 인격체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이 없으면 누가 표를 던지겠으며 자신보다 약한 사람이 없으면 누가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신거리겠는가. 세상은 옥상옥(屋上屋)이다. 털끝만큼도 뽐내거나 교만해져서는 안된다.

하지만, 한번 힘이라는 무형의 단맛을 본 그들은 마치 자신 스스로 그러한 힘을 키운줄 착각한다. 그리고 죽을때까지 ‘힘의 끈’을 놓지 않고 지키려고 안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성이 순박한 농민들은 그러한 힘을 탐하지 않는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안빈락도를 즐긴다. 그런 농심에 상처를 주고 그들을 삶의 디딤돌로 삼으면 안된다. 쥐를 몰아도 도망갈 구멍은 놔두고 몰아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옥천 농민들은 도망갈 구멍도 딱히 자신들의 억울함을 하소연할 대상도 없다. 그렇다고 생각마저 없는건 아니다. 까마귀를 잡아 울타리 안에 가두었다고 완전히 잡았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하늘로 날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 옥천의 농심들은 지난 세월 받은 부당함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때는 어느 누구도 활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용암을 막을 사람이 없다. 이참에 경고한다. 더 이상 농심을 화나게 하지 마라. 지난 세월 농민을 상대로 벌어먹을만큼 벌어 먹었으며 이용할만큼 이용하지 않았는가. 이제 그만 멈출 때가 됐다. 농민을 상대로 하는 모든 행위를 멈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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