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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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27)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1.07.2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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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원구곡가(栗原九曲歌) ‘3’

제6곡 문암(門巖) 
 六曲松杉護碧灣  육곡이라 소나무 삼나무 푸른 물굽이 감쌌는데 蕭疏一經石爲關  쓸쓸한 한줄기 길에 돌문이 닫혔구나 蒼崖翠壁高千尺  푸르고 푸른 벼랑이 천 길인데 俯仰夷猶客意閒  내리 보고 올려보며 망설이는 나그네가 한가롭다.

제6곡은 문암(門巖)이다. 군북면 추소리 추동 연하봉 서당골 강기슭에 있었다. 서화천 물가에 바위가 문(門)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문암이라고 불렀다. 물가에 소나무와 삼나무가 숲을 이루고 한적한 오솔길에서 석문을 만난다. 그 길에서 석문을 바라보는 마음이 한가했으리라. 그러나 문암은 대청댐 건설 당시 석문(石門)을 이루고 있던 돌을 옮겨가 아쉽게도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제7곡 은병(隱屛)
七曲蹇裳渡碧灘  칠곡이라 바지 걷고 푸른 여울을 건너며 隱屛幽谷費回看  그윽한 은병(隱屛) 골짜기 몇 번을 뒤돌아보네 人語秋雨霖霪甚  사람들은 가을비가 너무 거세다고 하지만 我愛飛泉添得寒  나는 샘물이 더 차가워짐을 좋아한다네.

제7곡은 은병(隱屛)이다. 군북면 이평리 이탄(梨灘) 여울 근처에 있다. 여울을 건너다 은병 깊은 골을 바라본다. 바위 절벽이 병풍을 펼쳐놓은 것 같다.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병풍 같다 하여 은병이라고 했다. 그 경치를 짐작할 만하다. 그곳에 긴 가을비가 내린다. 사람들은 길어지는 가을비를 탓하지만 중봉은 샘물이 더욱 맑아지고 시원해짐을 반긴다. 자연의 조화미를 예찬한 것이다. 

제8곡 환산성(環山城)
八曲穹林眼豁開  팔곡이라 깊은 숲에서 눈이 확 트이는데 岡巒寥廓水東廻  산언덕은 고요하고 물은 동쪽으로 감도네 秋原喜問耕雲叟  가을 언덕에서 구름 밭 가는 늙은이에게 물으니 爲道二三佳客來  도를 이룬 두셋 아름다운 손님이 와 계신다네.

제8곡 환산성(環山城)은 백제 시대 축조한 것으로 군북면 이백리와 환평리, 이평리에 걸쳐 있다. 산은 고요하고 물은 동쪽으로 감돈다. 오밀조밀한 산세와 돌아가는 강줄기가 장관이다. 가을 언덕에서 구름 밭을 가는 노인은 속세의 사람이 아닐 것이요, 두 사람의 가객 역시 그러할 것이다. 구름 속에 싸인 신비로운 환산성을 노래한 것이다.        

제9곡 삼봉(三峯)
九曲三峯對肅然  구곡이라 숙연하게 세 봉우리 마주하는데 遠山西騖隔南川  먼 산은 서쪽으로 내달려 남쪽 시내에 막혔네 巖松溪柳裝新巷  바위의 소나무와 시냇가 버드나무 동네를 단장하니 果是塵寰別箇天  과연 여기가 속세의 별천지로다. 

제9곡은 삼봉(三峯)으로 마지막 절승이다. 옥천군 군북면 이평리 하류와 금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삼봉은 숙연한 마음으로 대하게 한다. 먼 산이 서쪽으로 흘러 내려오다가 하천에 막혀 멈췄다. 산과 물의 만남은 가장 아름다운 곳이란 의미이다. 바위틈에는 푸른 소나무가 운치를 더하고 물가에 늘어진 버드나무가 무성하다. 그 옆으로 옹기종기 둘러앉은 마을이 평화스럽다. 조헌은 그 모습이 마치 신선이 사는 별천지와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 중봉 조헌 선생 기념 사업회에서 2004년에 중봉 선생의 한시 330수를 완역한 변형석 선생의 『重峯詩 譯註』를 간행하였고, 옥천문화원에서는 2006년에 이상주 교수의 『重峯 趙憲 栗原九曲歌地志』를 내놓았다. 여기에 ‘중봉 조헌의 시(詩) 세계’와 ‘율원구곡 시 해설’이 자세하게 실려 있다. 필자 역시 이 서적을 참고하였음은 물론이고 앞으로 중봉 선생의 한시(漢詩)를 연구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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