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이에 또 차를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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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에 또 차를 뽑아?
  • 동탄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1.08.05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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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에 어울리지 않게 차를 두 대를 운행했다. 한 대는 새 차를 뺀 것이고 한 대는 막내 아들이 타던 걸 남 주기 아까워 내가 데려다 애용했다. 혼자 두 대를 운행해도 번갈아 운행을 하면 기름값은 한 대를 굴리는 것과 같이 들지만 보험료와 세금이 문제다. 보험이 만기가 되어 재가입 하려면 정말 힘들었다.

힘듦을 참고 두 대를 갖고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한 대는 트럭으로 분류가 되는 것이라 세금이 싸고 차가 튼튼해서 농사에는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들에게 사준 것이라 나름 애착도 갔고. 

한데 두 녀석들이 다 나만큼이나 연세(?)가 높아서 타고 다니면서도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이 나이에 새로 차를 뽑자니 그렇고 이걸 계속 애용하자니 차들이 너무 근력이 부치고, 고심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매연차량 폐차지원금을 준다기에 눈물을 머금고 농사용으로 요긴하게 쓰이던 한 녀석을 처분하기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그 차가 나이도 21살이나 되었으니 마음은 아팠지만 보내기로 하고 폐차신청을 했다.

지원금을 받고 폐차장에 애차(愛車)를 버리고 오는 데는 정말로 마음이 무거웠다. 정을 뗀다는 것, 그건 힘든 일이다. 조기폐차하라는 강요(?)만 없었던들 한참이나 더 사용해도 될 것을… 농사용으로 너무도 좋은 녀석을 버리고 남은 승용차를 농사용으로 쓰기에는 무리가 갔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한데 이 차도 17세나 되었으니 사람으로 치면 노년에 든 것이나 같다.

한동안 고민이 깊어졌다. 내 나이에 새 차를 빼자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경제적 부담도 크고. 한데 같이 모임에서 활동하는 분들 중엔 나보다도 연세가 훨씬 많은 분들도 차를 잘도 운행하고 있는 걸 보면 걱정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그분들을 보더라도 나도 적어도 앞으로 10년 이상을 타야 하는데 지금 갖고 있는 것으론 안된다. 

고민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었다. 새 차를 뽑기로. 아이들은 나를 격려했지만 한집에 같이 사는 집사람의 반대가 심했다. 온갖 감언이설로 꼬이고 달래서 드디어 허락을 받아냈다. 내 끈질긴 설득력에 나도 감동하며 쾌재를 불렀다. 

가족 동의없이 계약했다가 보기좋게 파기

실은 지난 해 12월에도 가족의 충분한 동의없이 계약했다가 보기 좋게 계약파기를 해야 했던 아픈 상처가 있긴 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완벽하고 치밀하게 동의를 받아 계약 성사를 이뤘다.

계약한 차는 승용, 농사, 레저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차다. 트럭으로 분류되어 세금도 싸다. 차는 내 경험으로 외관 못지않게 튼튼함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계약하고 한 달이 넘게 걸린다고 하니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인수가 가능할 것 같다.

차를 바꾸려면 있는 차 처분이 신경 쓰인다. 차 상태가 좋다면 팔기도 쉽고 제값을 받겠지만 내 차는 너무 오래되어 많이 부식하고 매수하려는 사람이 나올지도 장담을 못하게 생겼다. 사진을 찍어 아들이 인터넷에 올렸다. 하루가 지나서 금방 매수자가 나왔다. 우리가 제시한 가격을 다 준다고 했다. 한데 단서가 붙는다. 자기들이 와서 살펴보고 하자가 있으면 가격이 깎일 수가 있다고 했다. 

해가 지려고 할 때 먼 길에서 젊은이들 셋이 달려왔다. 정말로 꼼꼼히도 살핀다. 한동안 살피고 셋이 나가서 상의를 하고 오더니 제시한 가격에 반도 안 되는 금액을 준다고 한다. 사고도 없고 다른 덴 별 흠을 안 잡았지만 하부에 부식이 너무 심해 그 이상은 줄 수가 없다고 한다. 난 아들하고 전화로 상의하고 그 가격을 받아들였다. 돈은 그 자리에서 받았는데 차는 다음 날 가져간다고 하며 그들은 떠났다.

다음 날 오전 10시에 차 탁송하는 사람이 왔다. 그 사람은 내가 차와 작별인사를 할 새도 없이 키를 받더니 쏜살처럼 차를 몰고 사라진다. 나와 집사람은 차가 눈에서 사라진 다음에도 대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두 대씩이나 서있던 마당이 휑하다.

이제 새 차가 나올 때까지 10여일을 차 없이 버텨야 한다. 나이를 먹으면 차운전도 힘이 든다. 장거리를 가려면 더 힘이 든다. 사고율도 높다고 한다. 한때 나이 먹은 사람들한테 운전면허증 반납하길 권한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러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이 먹었다고 차없이 될까.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무척 힘이 든다. 내가 가려고 하는 방향에 버스가 많이 다니는 것도 아니다. 손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운행횟수가 많지 않다. 내 차를 운전하던 사람들은 차없는 생활은 생각하기도 힘들다. 장거리 운행은 못하고 지역 내를 움직이려 해도 차없이는 힘들다. 한마디로 나이를 먹어도 차없이는 못사는 세상이 되었다. 농사에도 차가 있어야 하고 몸뚱이만 갖고는 농사도 안된다. 비 오는 날 장화 없인 살아도 이거 없이는 힘들다.

내 나이 된 사람들이 하는 소리가 차 구입도 이번 한 번이지 언제 또 차를 사겠느냐 는 것이다. 그렇다. 70대 초반, 60대 후반인 사람이 10년 이상 차를 굴린다 해도 한 번이면 될 것이다. 그리 타려면 지금 새 차를 뽑으면 시기적으로 딱 좋다. 대신 건강한 몸을 가져야 한다. 건강치 못하다면 60대인들 차 운행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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