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성당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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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성당 가는 길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08.1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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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건립된 옥천성당 본당 모습
1955년 건립된 옥천성당 본당 모습

옥천에는 자랑거리가 많다. 그중 하나가 2002년 국가등록문화재 제7호로 지정된 옥천성당이다. 충청북도 옥천군 옥천읍에 위치한 가톨릭 성당으로 천주교 청주교구의 세 번째 본당이다. 서양식 건축물로 현대화의 꾸밈이 풍기지만 옛 향수도 만날 수 있다.

성당 입구로 접어 들면 옛길이라고 느껴질 만한 정취가 남아있는 굽이진 돌담 언덕길이 나온다. 이 돌담길을 굽이 돌아 가파른 언덕을 조금 오르면 예수님 십자가상이 방문하는 이들을 맞아준다. 그 위로 담길을 따라 더 걸어 올라가면 우뚝 솟은 본당과 마당, 성모 마리아상이 나온다. 한여름 낮이면 제법 굵은 땀방울을 흘릴만하다. 본당은 아늑한 빛 가운데 자리를 내린 건축물이다. 

건축물 꼭대기에는 십자가가 하늘과 마주하고 있다. 언제든 하느님의 말씀이 세상이 설파될 듯한 기운이 감돈다. 옥천성당 주변으로 펼쳐진 공간은 정원으로 조성되어 나무와 꽃, 동상, 선돌 등 자연과 각종 인공물이 조화롭게 꾸며져 있다. 아름다움과 아늑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옥천 시내도 한눈에 들어올 만큼 탁 트인 공간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예배를 보는 발걸음을 가볍게 할 듯하다. 특히 여름에는 나무 그늘이 있어 그곳에서 쉬는 안락함과 역사의 소용돌이라는 꿈속 같은 묘한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회 건축물이 만들어진 역사가 대개 대한제국이나 일제강점기로 봤을 때 옥천 성당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성당 역사의 증거라 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옥천성당에 대한 실측조사 보고서를 통해 “1950년대에 지은 충북성당 건축물로는 유일할 뿐 아니라 해방 이후 지방 성당의 전형적 형태이며 교회건축의 변화과정을 살피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가치를 지닌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성당 안내문에는 “한국전쟁 후 미국 메리놀외방전교회 소속 로이 페티프렌 신부가 제8대 주임으로 부임하면서 지은 서양식 건물이다. 1955년 9월에 공사가 완료되었다”고 나온다. 주위에는 그동안 걸어온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이 느껴진다. 세월의 흔적에 묻어 나는 시간이 옛 정취를 불러온다. 또한 아늑하게 가꾸어진 정원 길을 따라 하나하나 역사의 증거들을 마주하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 우리 고장의 작은 역사에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짐은 고장의 향수가 풍기는 긍지라 여겨진다.

세상이 어수선해서일까, 잘 가꾸어진 정원의 향기가 사뭇 낯설다. 가끔 뜸하게 찾는 예배 신도가 기도하며 잠시 더위를 식히고 갈 뿐이다. 주일을 맞아 예배일이면 분주하던 풍경도 발길 뜸한 삭막한 공기로 채워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세상에 울려 퍼지던 신부님의 설교와 찬송가 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옛 그리움에 정겨움과 현대화가 공존하는 건축물에서 이 땅에 뿌리 내리기 위해 아득히 뿌려진 영욕의 시대를 함께 살아온 그 역사 속 진한 향수가 그립다.

옥천성당 입구에 위치한 예수님 십자가상
옥천성당 입구에 위치한 예수님 십자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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