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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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處暑)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08.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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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일찍 찾아온 가을로 처서를 1주일 앞둔 쓸쓸한 여름 해운대 해변의 모습
코로나19와 일찍 찾아온 가을로 처서를 1주일 앞둔 쓸쓸한 여름 해운대 해변의 모습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처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고 절정을 누리면 쇠하기 마련이다. 세상 만물의 이치가 똑같다. 만물을 지배할 듯한 뜨거운 태양도 자연의 순리에 그 뜨거움이 한풀 꺽였다. 무더위가 한풀 꺽이니 매미는 더 우렁차게 소리를 내고 귀뚜라미가 힘차게 뛰어다닌다. 

여름 해운대를 가 보았다. 그 많던 피서객은 다 어디로 갔는지. 코로나19도 있지만 쓸쓸한 해변, 사라진 파라솔, 떠난 피서객으로 여름 해변의 모습이 아니었다. 새벽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20도 이내로 접어들어 시원함을 넘어 제법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잠결에 이불을 살짝 가져다 덮기도 했다.

이제 며칠 후면 처서다. 흔히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로 드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때이다. 이러한 자연의 미묘한 변화를 고려사에는 ‘처서의 15일을 5일씩 3분하여 첫 5일 간인 초후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둘째 5일 간인 차후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 간인 말후에는 곡식이 익어간다’고 기록했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더 이상 풀이 자라지 않는다. 논두렁의 풀을 깎고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이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익을 수 있기에 한해 농사의 풍흉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처서에 장벼 패듯’과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에 든 쌀이 줄어든다’는 풍흉을 비유한 속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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