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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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9.09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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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때도없는 타종에 주민들 수면 방해
적게는 3번에서 많게는 42번까지 타종
“종소리, 소음일 뿐 아무런 의미 없어”
군 “단속 권한없다. 주민들 알아서 하라”
시도때도없이 울려 퍼지는 종소리로 주민들에게 수면방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옥천성당. 하지만 관례라는 이유로 종소리를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시도때도없이 울려 퍼지는 종소리로 주민들에게 수면방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옥천성당. 하지만 관례라는 이유로 종소리를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타종으로 인근 주민들이 수면에 지나친 방해를 받고 있어 사생활 침해라는 원성이 자자하다.

옥천읍 중앙로에 사는 김 모 씨(60) 부부. 이들 부부가 옥천성당 부근으로 이사를 온건 지난 6월 초. 이사 당일 김 씨는 의외의 소리를 들었다. 마치 먼 옛날 자신이 살던 시골의 교회에서나 들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종소리가 들렸던 것. 이사 당시는 밝은 대낮이라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문제는 다음날 새벽부터 시작됐다. 정규적으로 매 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아니라 시도때도없이 불규칙적으로 들리는 종소리로 김 씨 가족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종소리는 급기야 노이로제로 변했다. 적게는 3번에서 많게는 42번까지 계속해서 울려대는 종소리에 김 씨 가족은 언제 또 종소리가 들릴까 거의 신경성 기다림으로까지 변했다. 

이에 김 씨가 옥천성당에 항의를 했다. “잠을 못자겠으니 종소리를 그치면 안되겠느냐”고. 하지만 성당 측은 “오랜 기간 해 오던 것으로 멈출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김 씨가 “그럼 종을 치되 오전 9시 이후로 치면 안되겠느냐. 그러면 최소한 수면에는 방해를 받지 않을 것 아니냐. 성당에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가”라고 항의했다. 그래도 성당 관계자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소음규제를 담당하는 옥천군 환경과 관계자는 “기계소음이나 확성기에서 나는 소리는 규제가 가능하지만 교회에서 치는 종소리를 규제하는 기준은 없다”고 했다. 다시 말해 주민들의 사생활이야 어찌됐건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종소리가 듣기 싫으면 주민들이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든지 아니면 참고 살든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민 김민중(50, 가명) 씨는 “언제부턴가 들려오는 종소리에 많은 신경이 쓰인다. 성당에서는 왜 종을 치는가. 아직도 종소리로 포교활동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소음 그 자체일 뿐 더 이상 어떠한 가치도 갖지 않는다. 성당은 포교활동 이전에 주민들의 수면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성당이 종을 칠 권리가 있다면 주민들도 잠을 잘 권리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오민철(55, 가명) 씨도 “새벽부터 울려대는 종소리로 잠을 깨고 만다. 성당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대부분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이다. 그들은 그 시간에 잠을 자야 한다. 그런데 종소리에 잠을 깨고 만다. 하루의 시작부터 영 개운치가 않다. 더욱이 성당은 무슨 권리로 주민들의 수면까지 방해해 가면서 종을 치는건가. 종교가 이러한 행동을 하니까 더욱 더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옥천 주민 모두가 성당 신자들도 아니지 않는가. 성당의 지나친 이기주의다”고 했다.

옥천성당 관계자는 “1956년부터 해온 타종이다. (주민 소수가 듣기 싫다고 해서) 타종을 멈출 순 없다”고 했다.

옥천성당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관계자도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려고 (타종을)하는건 아니다. 오랜 기간 타종을 해 왔기에 (관례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 주임신부와 평협회 임원들과 상의 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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