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실에 맞지 않는 정부의 지진대비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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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실에 맞지 않는 정부의 지진대비 매뉴얼
  • 이태현 기자
  • 승인 2016.07.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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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둔감한 사람들이 많다. 지진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이웃나라 일본은 지진 대피요령을 숙지하는 게 일상화돼있다. 그러나 한국은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져 있다보니 지난 5일 울산에서 발생한 규모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지진 대비 매뉴얼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하면 방재담당자나 어른들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한다. 주변장소에서 안전한 곳(책상이나 탁자밑)으로 대피하고, 지진이 끝날 때까지 라디오나 TV방송을 주시한다. 특히 실내에서 지진을 느끼면 서둘러 밖으로 나가지 말고 일단 문을 열어 탈출구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이후 큰 진동이 멈추면 공원·공터 등 넓은 공간으로 대피한다’라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 가이드라인은 저층·목조 건물이 많은 일본에 최적화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일반 건물에 내진설계가 돼있을 뿐 아니라 목조 주택이 많아 건물이 무너지더라도 신체 머리만 보호하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우리는 일본과 다르다. 우리 건축물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지어졌고 지진이 발생했을 때 탁자 밑으로 숨었다가 콘크리트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콘크리트 건물이 많고 내진설계가 일본만큼 잘 돼있지 않은 고층 건물이 많다보니 우리 실정과 맞지 않은 대피 매뉴얼을 그대로 따랐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에게 나오고 있다.

1988년 내진설계가 의무화되기 이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도 많기 때문에 상당수 건물이 지진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있다. 때문에 한국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탁자 밑에 숨는 것보다는 최대한 신속하게 건물 바깥으로 피하는 게 좋다고 지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높은 건물 주변보다는 공원 같은 넓은 공간이 안전하고, 낙석이나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산 주변도 피해야 한다. 건물 밖으로 피하지 못할 경우는 화장실로 대피하는 게 차선책이다.

화장실에는 물이 있기 때문에 건물이 무너져 고립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우리나라 역사속의 지진 기록을 살펴보면 1905년에 기상청이 인천 관측소에 지진계를 맨 처음 설치하면서 지진관측이 시작 됐다. 그 이전엔 삼국사기에 나타난 최초의 지진 기록으로 고구려 유리명왕 21년(서기 2년), ‘가을 8월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신라 혜공왕 15년(779년) ‘3월에 경도(경주)에 지진이 나백성들이 집이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100명이 넘었’는 기록이 있다. 이 지진은 오늘날 지진 규모 6.7에 해당하는 세기다. 지난 2010년 아이티 지진이 규모 7.0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779년 신라에서 일어난 지진이 꽤 강한 지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중종 13년(1518년)에는 “소리가 성난 우레 소리처럼 크고 담장과 성벽이 무너졌으며 도성 안 사람들이 발새 노숙하며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라는 기록도 있다. 숙종 7년(1681년) 5월에는 강원도에 지진과 함께 바닷물이 육지를 뒤덮은 지진해일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기록이 남아 있다“강원도에서 지진이 일어났는데, 소리가 우레 같았고 담벼락이 무너졌으며, 기와가 날아가 떨어졌다. 양양에서는 바닷물이 요동쳤는데, 마치 소리가물이 끓는 것 같았다”

고려 시대에는 지진이 150회 이상 발생했으며 조선시대의 지진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에는 1500건이 넘는 지진 기록이 담겨 있다. 이런 과거의 기록을 토대로 볼 때 한국은 절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내의 현실에 맞는 지진대처 매뉴얼을 준비하고 숙지하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철저한 내진설계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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