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사는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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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사는 삶을 위하여
  • 김선환 시인, 전 한남대 교수
  • 승인 2021.09.30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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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생산과 더불어 과잉 소비시대가 된지도 오래다. 살 것도 많지 않았던 결핍의 시대를 지나고 물건이 많아지고 선택의 폭이 커진 풍요의 시대이다. 무엇이든 많이 소비하면 행복해지리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것을 소유하고도 지속적으로 새 물건을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많이 소유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생산도 늘어나고 이에 따른 판매도 늘어나야 경기가 잘 돌아간다고 할 수 있지만 과연 언제까지 과소비 일변도로 갈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전국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어 버려지는 어마어마한 쓰레기의 양과 이것의 처리 문제가 시급한 현안이다. 결국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방법 이외는 없는 것인데 생산자나 소비자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생산된 물건의 판매 전략도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소비자들이 지나치기 어렵다. 불행하게도 물건들은 어느 면에서는 없으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생활하기 힘든 상황에 몰려 있다. 휴대폰을 예를 들면 자명해 진다. 휴대폰 없이는 하루라도 살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에는 휴대폰 인증이 반드시 필요하고 코로나 현황과 알림들은 휴대폰의 기능을 한결 돋보이게 한다. 또한 휴대폰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특히 요즈음 같이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 간의 소통용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점점 많은 기능들이 추가되고 있어 가격은 저렴하지 않고 구형은 뭔가 뒤떨어지는 감을 준다. 결국 신상품을 사야 되고 얼마 사용하지 않은 멀쩡한 제품들이 폐기된다. 

지속적인 소비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있어

물론 사회의 기술혁신에 따라 생활하는 일도 중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품들의 원천은 자연에서 오고 필요한 자원들은 지구상에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물건이 많아질수록 생산을 위한 자연의 훼손은 심해진다. 원자재 확보를 위한 자연손상이나 가공화가 그것이다. 인구가 늘어나고 소득이 많아질수록 생산과 소비의 증가는 가속된다. 언제까지 가능한 일인가. 소비가 증가할수록 발전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거대한 문제는 접어두고 개인들은 신상품 위주의 광범위한 소비를 지속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집안이 물건으로 가득 채워지게 되고 다시 그 물건들을 두기 위하여 공간 면적을 늘려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해 본 경험이 많을 것이다. 물건이 많으면 물건을 유지 사용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물건이 많아질수록 어느 시점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해결책은 자명해 진다. 정리하여 버리는 일이다. 다행히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적게 가지고 사는 형태의 삶을 추구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필자와 같이 없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 세대들은 일단 풍요로운 세상에서 산다. 없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적게 가지고 사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지나간 소비 행태를 되돌아보고 생각을 바꾸면 습관적으로 또는 경쟁적으로 해 오던 일을 멈출 수 있다. 애써 사서 모은 것을 버리는 의미는 정리를 포함하는 것이다.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여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편히 사는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버리는 삶, 결국은 정신적 풍요

버리며 사는 세상은 궁극적으로는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만으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금전적 비용도 줄이고 물건이 차지하던 면적도 빈 공간으로 확보된다. 한결 정신적으로 여유를 가지게 되고 평소에 못한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진다. 

특히 노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정리해 버리고 다시 새롭게 생활을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간단하게 사는 삶은 노년에 여유와 평화를 가져온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대폭 줄어든다. 추억의 물건들만 몇 점 남기고 다시 사용하지 않을 물건들은 정리하여 버린다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 버리고 사는 삶이란 처음에는 버리지만 나중에는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태도는 개인의 정신적 생활을 풍부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지구촌의 소비를 줄여 자연을 보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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