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환산에서 환상에 빠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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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환산에서 환상에 빠져보고 싶다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0.07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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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소정에서 바라보는 비내리는 날 환산의 모습. 환산에는 옛 환산성터의 흔적이 남아 산봉우리를 따라 이어져 있다.
추소정에서 바라보는 비내리는 날 환산의 모습. 환산에는 옛 환산성터의 흔적이 남아 산봉우리를 따라 이어져 있다.

산 정상에 오르면 으레 하는 외침이 있다. ‘야호’라고 외치면 ‘야호’라고 돌려준다. ‘미워’라고 외치면 ‘미워’라고 돌아온다. ‘사랑해’라고 외치면 ‘사랑해’라고 내 마음 깊이 전달된다.

산에 오르는 맛은 정상에 올라 느끼는 희열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고 땀을 비오듯 쏟았던 동안의 보상이다. 그리고 흔히 하는 행동이 정상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며 허공에 소리를 지르는 일이다. 소리를 외치면 쌓였던 스트레스와 우울함이 날아간다.

근래 부소담악을 몇 번 다녀왔다. 부소담악을 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곳이 환산이다. 차를 타고 환산 허리로 난 도로를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려야 한다. 그래야 부소담악에 갈 수 있다. 

환산은 해발 581m의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다. 안개에 덮여 맑은 날 보다 높아 보인다. 부소담악 추소정에서 환산을 바라보며 ‘환산아’라고 소리를 질러 보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비 내리는 무거운 공기에 낮은 곳이라 소리의 울림이 없었으리라.

저 멀리 보이는 환산을 한번 오르고 싶은 동기가 생겼다. 정상에서 부소담악의 감상도 즐겁겠지만 옛 성터를 둘러보며 역사의 현장을 답사해 보고 싶은 마음이 발동해서다. 환산성은 정상부에 성터가 남아 산봉우리를 따라 이어져 있다. 과거 백제와 신라의 국경지대에 위치하며 금강의 상류지방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백제 성왕이 걸었던 영광과 비운을, 백제의 슬픈 사연을 느낄 수 있을 듯해서다.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둘러보며 환산의 정상에서 부소담악으로 펼쳐진 끝없는 능선 절경을 감상하는 환상에 빠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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