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염증과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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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는 염증과의 전쟁이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10.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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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이 살을 찌게 한다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감기에 걸리면 호흡기에 염증이 발생하고 피부에 상처가 나거나 근육이나 관절부위를 다치면 그 부위에 염증이 나타난다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몸 안의 이곳저곳에서 일어나는 만성염증이 비만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염증반응은 인체의 장내, 혈관의 내피세포, 뇌나 간세포 등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비만이나 당뇨병, 뇌혈관이나 심혈관질환, 암, 알츠하이머와 같은 자가면역질환 등 매우 광범위한 질병군과 관련이 있다. 

염증반응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음식물을 소화, 흡수하는 장(腸)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을 통해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나 박테리아가 들어오기 때문에 장은 염증과 싸우는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면역의 최전선인 장벽은 장세포가 생산하는 점막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데 건강한 장은 적절한 두께의 점막을 유지하고 있다. 

항염증 작용과 관련하여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장내 미생물로서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라는 균이 있다. 이 균은 장세포의 점액질생산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여 유해물질의 장내투과를 방어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는 기능, 갈색지방의 활성화와 같은 비만 예방효과와 관련하여 연구되고 있다. 

다이어트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 이들 균들이 먹고 살기 좋은 장내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이다. 즉 이 균들이 좋아하는 먹이는 돼지감자, 치커리, 마늘, 양파, 대파, 토마토와 같은 채소에 많은 섬유질이다. 문제는 이러한 섬유질을 먹지 않는다면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와 같은 유용균은 장의 점막을 대신 먹어치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장의 점막이 얇아져서 이물질이나 세균이 장벽을 쉽게 통과하여 체내로 들어오는 ‘장누수증후군’과 같은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면역의 최전선인 장에서 세균의 분포가 균형을 잃고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이것은 비만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장에서 건강하지 못한 미생물 분포를 초래하는 요인들은 가공식품과 그로 인한 식품첨가물의 섭취, 가공한 당이나 포화지방의 과도한 섭취, 섬유질의 섭취부족, 알코올 섭취와 같은 잘못된 식습관을 들 수 있다. 또 항생제의 남용이나 스트레스, 선천적 요인들이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염증반응은 비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비만하게 되면 체내 염증반응이 만성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몸의 내장지방이나 피하지방의 지방세포가 점점 커지게 되면 혈관의 분포가 적은 쪽에서는 괴사하는 지방조직 세포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죽게 된 지방세포를 면역세포인 대식세포가 빙 둘러싸게 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왕관을 쓴 것 같다고 해서 왕관구조라고 한다. 이렇게 죽어가는 지방세포는 염증을 일으키는 호염증성 아디포넥틴이라는 물질들을 분비하면서 인체를 만성적인 염증상태로 만들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염증반응을 낮추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당연히 체지방을 낮추어야 한다. 즉 지나치게 비만할수록 이러한 염증반응이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산화작용을 갖고 있는 유익한 생리활성물질을 가급적 많이 섭취하는 것이다. 식물에 많은 이러한 물질을 총칭하여 ‘파이토케미컬’이라고 한다. 특히 하루에 5가지 색을 갖는 채소를 섭취하라고 권장되고 있는데 파이토케미컬은 빨간색, 노란색, 자주색, 보라색, 초록색, 주황색 등의 색깔을 갖는 채소와 과일을 통해서 섭취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은 우리 몸에 원래 존재하는 항산화효소들의 활성도를 높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항산화작용을 갖는 효소들의 활성도가 높아지면 전체적인 인체의 저항력이 증가하고 염증반응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다이어트의 성공을 위해 운동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단지 칼로리 소모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을 갖도록 하는데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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