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주 초상(申叔舟 肖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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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주 초상(申叔舟 肖像)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0.1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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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 문신인 신숙주의 초상으로 조선시대 초상화 중 명제 흉배 형식이 처음으로 나타나는 예술적으로 뛰어난 그림이다.
조선 전기 문신인 신숙주의 초상으로 조선시대 초상화 중 명제 흉배 형식이 처음으로 나타나는 예술적으로 뛰어난 그림이다.

‘신숙주초상’은 조선 전기의 문신학자 보한재 신숙주(1417∼1475)의 초상화로 작자미상의 뛰어난 그림이다. 1977년 11월 15일 보물 제613호로 지정됐다. 가로 109.5㎝, 세로 167㎝로 고령신씨 문중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 초상화는 오사모에 녹포 단령(깃을 둥글게 만든 관복)의 관복을 입고 얼굴은 오른쪽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 있는 정식 초상화의 전신상이다. 얼굴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세심하게 채색됐으며 의복의 윤곽선과 색의 표현도 뛰어나다. 

화폭은 비단을 이어 붙였으며  3폭이 이어져 있다. 이러한 연폭 형식은 조선전기의 초상화 형식 가운데 원본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조선시대 초상화 가운데 처음으로 흉배가 나타난다. 흉배는 바탕천에 직접 금박 혹은 문양을 짠 수법으로 후대의 자수 방식과 달리 명나라 제도를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흉배의 문양은 구름과 기러기(운안 雲雁)로 문관 2품 때의 평상복 도상이다. 1455년 좌익공신(세조가 즉위하는 데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내린 훈호) 때 그린 것으로 추측된다.

화면의 오른편 여백에는 ‘조선 영의정, 고령부원군, 시호는 문충, 호는 보한재, 신숙주, 자는 범옹의 진영(朝鮮領議政高靈府院君諡文忠號保閑齋申叔舟字泛翁眞)’이라는 제기(題記)가 있다. 그리고 왼편에는 ‘성종조 을미년(1475) 공이 졸거한 후 70년이 지난 을사년(1545)에 개장했다(成廟乙未公卒後七十年乙巳改粧)’라고 적혀 있어 1475년(성종 6년)에 개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물, 기품, 인격의 고매함과 필법의 핍진(逼眞)함이 특이하며 화법에 있어 안면과 사모는 음영 처리가 돼 있는데 살색은 선염이나 준찰(皴擦)로 이루어져 있다. 눈꺼풀 및 동공 처리의 묵선에도 섬세성이 강조되어 있다. 그리고 안면이 지닌 굴곡에는 자연스러운 선염 효과가 이루어져 착색의 묘를 살리고 있다.

의복의 윤곽선은 각지게 나타나며 옷주름 처리는 필요한 부분에만 강인한 선으로 간결하게 표현됐다. 그러나 보다 의미 있는 것은 녹의에는 진녹색 선으로, 빨간 내공(內工)에는 붉은 선으로, 남색에는 진남색 선으로, 보라색에는 진보라 선 등으로 이른바 동색계의 짙은 색선으로 처리하여 색감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띤다. 족좌대(足座臺) 역시 남색에는 짙은 남색선을 두르고 고동색 나무에는 까만 선으로 테두리를 지워 윤곽선이 의식되지 않도록 했다.

이처럼 필(筆)과 묵(墨)에서 모두 세련된 기법을 연출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안면과 옷주름에 구사된 선의 성격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얼굴은 부드러운 선으로 묘사했고 옷주름은 빳빳한 선으로 처리해 그 다양함을 보여 준다. 이 영정은 전신의 묘미, 필법, 설채의 완전함이 전화면에 미친 인물의 성격, 인품 등을 잘 표현했으며 채색이나 선의 묘사도 뛰어나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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