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사람에게 져주는 삶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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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사람에게 져주는 삶이 좋습니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10.14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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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면 소정리 김덕주 이장
강자보다는 약자에게 져주는 삶을 살고 싶다는 김덕주 이장은 조만간 ‘마을유래비’를 세워 소정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줄 계획이다.
강자보다는 약자에게 져주는 삶을 살고 싶다는 김덕주 이장은 조만간 ‘마을유래비’를 세워 소정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줄 계획이다.

고등학교와 군대 시절을 빼놓고는 단 하루도 외지에서 생활해 본 적이 없는 옥천군 이원면 소정리 김덕주(65) 이장. 김 이장만큼 고향사랑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올해로 이장 5년 차에 접어든 김 이장은 여느 이장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 안에서 동네 발전을 위해 마을 곳곳을 돌아 다니며 펴고 넓히고 다져 왔다.

특히 지난 해의 경우 그간 구불구불 굽어 있던 마을 안길을 모두 곧게 펴 아스콘 포장으로 마무리 했으며 마을회관 2층에 4대의 안마기를 구입, 동네 어르신들의 건강회복에도 적게나마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보다 1년 전인 2019년에는 3억 원의 금강수계기금을 받아 마을 곳곳에 CCTV를 설치해 단 한 건의 좀도둑도 발붙이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주민들은 아무리 먼 곳을 가더라도 마음 놓고 다녀 온다. 

면 내서 세손가락 안에 드는 역사
부친때부터 60년 넘게 묘목 일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소정리 역시 묘목의 고장답게 주민 대부분이 묘목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김 이장이 운영하는 ‘상근농원’은 이원면 내에서도 세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이원면에서 묘목으로는 터줏대감 격이다. 그래서인지 단 한번도 소정리를 떠나 살아 보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아니, 어쩌면 부친이 일궈 놓은 농원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김 이장이 운영하고 있는 ‘상근농원’도 사실은 부친이셨던 김상근이라는 이름에서 따 왔다. 김 이장 자신이 자신을 소정리에 묶은 셈이다. 

김 이장의 묘목업은 역사가 꽤 길다. 아버지 때부터 어깨 너머로 배우기 시작해 1970년대 초반부터 직접 운영을 해 왔으니까 김 이장 독자적으로만 한 세월도 자그마치 40년이 넘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아무리 희귀한 묘목이라도 일단 김 이장의 눈에만 들어오면 나무 이름은 물론 나무 상태까지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 결과 마을 주민들은 물론 인근 김천이나 대전 또는 서울 등지에서 묘목에 관한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의 농장, 온전히 부친이 이뤄 
나는 그저 마이너스만 안되게 할 뿐

“지금의 농장은 모두 부친이 이루어 놓으신 것으로 저는 그저 부친께서 이루어 놓은 것에 대해 마이너스만 되지 않도록 노력할 뿐입니다”라는 김 이장은 “묘목 관련업이야말로 저에게는 천직 아닌 천직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그 어떤 직업보다도 적성에 맞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이장은 지금 조경수만도 4만여 평에 이르는 넓은 대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김 이장에게 아쉬운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상근농원’을 이어갈만한 후계자가 마땅치 않다는게 늘 마음에 걸린다. 물론 자녀들도 있지만 그들 모두 자신의 전공을 살려 살아가길 희망하는 현실에서 아무리 자식이라해도 억지로 이어 가라고 할 수만은 없다는게 김 이장의 생각이다.

“누군들 고통이 없고 누군들 아픔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고통이 심하고 아픔이 따르더라도 나보다 더 약한 사람에게는 무조건 져주려고 노력합니다. 이기려면 강자에게 이겨야지 나보다 더 약한 사람에게 이겨본들 그게 무슨 이김이겠습니까”라는 김 이장은 “다투기에 앞서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보면 아무리 억울하고 속상한 일도 다 해결된다”고 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삶을 실천코자 잠시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한 김 이장이 할 일이 하나 생겼다. 다른 마을에는 다 있는 ‘마을유래비’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까운 시일 내에 ‘마을유래비’를 세워 마을 주민은 물론 외지에서 소정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고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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