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 이장님] “말 한마디라도 조심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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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우리 이장님] “말 한마디라도 조심하려 합니다”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21.10.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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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면 오덕1리 이규훈 이장
오덕1리 이규훈 이장은 “선출직 인물이라 하면 최소한 마을 주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줄 줄 아는게 진정한 선출직 인물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겠는가”라며 “지금의 선출직 인물들은 동네 발전에 아무런 영향력도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이장이나 반장들이 일을 더 잘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오덕1리 이규훈 이장은 “선출직 인물이라 하면 최소한 마을 주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줄 줄 아는게 진정한 선출직 인물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겠는가”라며 “지금의 선출직 인물들은 동네 발전에 아무런 영향력도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이장이나 반장들이 일을 더 잘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36가구 40명이 살아가는 옥천군 안내면 오덕1리(이장 이규훈, 71).

안내면 18개 리 가운데 가장 외진 곳으로 알려진 오덕1리는 그만큼 소외받는 지역으로도 소문이 나 있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옥천군이지만 실제 생활구역은 보은군이기 때문. 생필품 구입은 물론 심지어 먹는 수돗물까지도 옥천군이 아닌 보은군의 통제를 받는다. 설상가상 옆 마을만 해도 토지거래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유독 오덕1리만은 예외다. 마을 대부분이 수변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토지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 두지 말고 상황에 따라 해제도 검토할 시기가 됐다는게 주민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래서일까, 오덕1리 주민들의 삶의 질은 매우 열악하다. 마을 발전은 커녕 주민들의 불편사항 하나도 해결하기가 여간 버거운게 아니다.

올해로 오덕1리 이장 2년 차에 접어든 이규훈 이장 역시 같은 심정이다. 오히려 이장이라는 이유 하나로 주민들의 요구를 해결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늘 미안하고 죄인된 느낌이다. 결국 이 이장은 이장이 되고 나서 어지간한건 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비로 해결해 버린다. 지자체나 선출직 인물이나 모두 알아서 하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옥천군 관내 9개 읍면 가운데 저희 마을처럼 소외받는 마을은 없을 것이다”라는 이 이장은 “지역 주민들의 현안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뽑아 놓은 선출직 인물이라는 사람의 행태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이장은 “다른 마을에는 다 있는 운동기구가 없어 선출직 인물에게 운동기구 설치를 건의했더니 ‘하나마나다. 풀밭에 방치돼 녹슬고 관리가 안된다’며 일언지하에 말을 잘라 버렸다. 그게 무슨 선출직 인물인가. 주민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도 가능한 방향으로 모색을 해보는게 선출직 인물이지 생각도 해보지 않고 무조건 안된다고 한다면 그건 이미 주민을 대표하는 선출직으로서 자격을 잃었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이후 이 이장은 더 이상 지자체나 선출직 인물에게 말하지 않고 출향인을 상대로 모금활동을 펴 운동기구를 설치해 버렸다.

무조건 머리 숙이며 껴안으려 노력

오덕1리가 고향인 이 이장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고향 땅을 떠나본 적이 없다. 지난 세월 개인택시와 화물운송업을 해 오면서 주민과의 관계형성에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마을 곳곳에 산적해 있는 문제점도 훤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러다 2년 전 오덕1리 이장을 맡게 됐다. 

오덕1리 역시 여느 마을처럼 귀농·귀촌인들로 하여금 적잖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주민들이야 가능한 옛 정을 바탕으로 대화로써 일을 풀어 나가려 하지만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늘 말썽이다. 그들은 모든 문제를 법으로만 해결하려 한다. 그러다보니 원주민과 귀촌인들 사이가 늘 불안하고 껄끄럽다. 그래도 이 이장은 그들도 엄연한 마을 주민인지라 가능한 그들의 입장을 헤아리며 껴안으려 노력한다.

“마을 발전보다 더 시급한게 주민 화합이다. 주민 화합이 선결되지 않고 마을 발전을 운운한다는 건 연목구어에 어불성설이다. 또, 아무리 화가 나도 주민 간 화합을 위하는 길이라면 나 하나쯤의 고통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그래서 무조건 머리를 숙이고 말 한마디라도 조심을 한다. 혹여, 외지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의식을 느낄까봐”

이 이장은 내친 김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회관도 하나 지을 생각이다. 일단 마을 기금으로 부지는 구입을 해 놨다. 이후 적절한 시기에 건물을 올릴 생각이다. 그렇게되면 아직 이렇다 할 모임공간이 없어 불편함을 겪던 주민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모임장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빈 말이라도 힘 실어줬으면

“아무리 선출직 인물이라 해도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민들의 요구가 있으면 최소한 노력은 해 보겠다라는 말 한마디쯤은 해주었으면 한다. 도대체 선출직 인물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며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능력에 못미쳐 해결을 보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빈 말이라도 좋으니 최선을 다해 보겠다는 그 말 한마디 하기가 그리도 어렵단 말인가. 주민들을 생각도 할 줄 모르는 바보로 생각했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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