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지지아지자지(天知地知我知自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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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지지아지자지(天知地知我知自知)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10.21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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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갖는 오류 가운데 하나를 들라면 아마도 ‘나(우리)만이 아는 비밀’이라고 하는 생각이 아닐까. 그래서 혹자들은 “너(우리)만 아는 비밀인데 누가 알겠는가, 이 비밀은 무덤에 갈 때까지 발설하지 말자”라며 굳은 맹세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러한 맹세가 결코 마음 먹은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데 또 다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람만큼 못믿을 존재도 없으며 사람만큼 변화무쌍한 존재도 드물다. 오늘의 좋은 관계도 내일이면 얼마든지 철천지 원수로 변할 수 있다. 그게 인간이다. 언제든지 배신을 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털끝만큼의 이익이 있다면 지난 세월 쌓아 온 우정이나 의리니 하는 따위의 것들은 헌신짝 버리듯 내팽겨쳐 버리는게 인간의 본모습이다. 

중국 후한이라는 나라에 양진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절개가 굳고 기백이 대단해 ‘관서의 공자’로 불릴만큼 학식 또한 출중했다.

어느 날 양진이 임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중 창읍이라는 한 마을에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창읍의 현령인 왕밀을 만났다. 당시 왕밀은 백성들로부터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밤이 되었다. 왕밀은 자신의 품 속에 품고 있던 금덩이를 양진에게 건넸다. 그러자 양진이 거절하며 말했다. “그대의 옛 친구는 그대의 인물됨을 이해하고 있는데 그대가 옛 친구를 이해하지 못한다니 우습지 않는가” 그러자 왕밀이 말했다. “한밤중의 일이라 아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 양진이 말했다.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자네가 아는데 어찌 아는 자가 없다고 하는 건가”

그렇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상대방이 알고 내가 아는데 누가 모른단 말인가. 세상에 비밀이란 존재할 수 없다. 더욱이 비밀이라고 생각한 그 생각이 매우 잘못된 것이다. 우리 속담에도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아무도 안 듣는 것 같아도 누군가가 어디선가는 반드시 듣고 있다는 말일게다. 더욱이 요즘같이 문명의 이기(利器)가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비밀을 요구한다는 자체가 무리다.

모든 비밀은 내부에서 새어 나가며 모든 정보는 아는 자가 발설하게 되어 있다. 그렇지 않는가, 외부에서는 비밀을 발설하고 싶어도 알지 못하기에 발설할 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내부고발자’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배신자’라는 딱지가 붙을지 모르지만 사안에 따라 ‘충신’이 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지극히 소인배적인 사고를 지닌 집단에서는 가능할지 모르나 사회적 국가적인 문제일 경우 오히려 후자에 대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비록 소수일망정 불특정다수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외부로 알려져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게 맞다. 특히, 국가적 대형 사업이나 지역사회 현안문제와 같이 모든 구성원들을 상대로 펼쳐지는 사안이라면 더더욱 외부로 알려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득권자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를 선호한다. 특정 소수의 이익을 위해 불특정다수의 의견쯤은 얼마든지 무시해도 좋다는 반사회적인 사고관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마치 국민(지역민)들이 소수 특권층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부류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곳 옥천이라는 지역사회도 예외일 수는 없다. 아무리 입단속을 철저히 하고 비밀을 엄수한다 해도 해당 관계자 가운데 누군가가 소외를 받는다거나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외부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 곳곳에 그러한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말썽이 날 일들은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만에 하나 문제가 될 성질의 계획이라면 미리서 수정하거나 철회하는게 현명한 판단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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