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없이 혼자만의 독학으로 이루어 낸 압화 작가
상태바
스승없이 혼자만의 독학으로 이루어 낸 압화 작가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1.04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자 화가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예술이 된다”라고 말하는 이미자 작가가 압화 작품 ‘계곡’ 앞에 서 있다.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예술이 된다”라고 말하는 이미자 작가가 압화 작품 ‘계곡’ 앞에 서 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스승없이 혼자만의 독학으로 힘들게 작업해 늦은 나이에 화가가 된 이미자 작가(71, 여). 모시로 유명한 충남 한산이 고향으로 조부모의 보살핌에 전북 장항에서 중고등학교를 군산에서 사범대를 다녔다. 

어릴적 그림과 노래에 소질이 있었던 이 작가, 고향인들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예술적 재능으로 뒤늦은 나이지만 ‘압화’라는 그녀만의 장르로 활발한 예술 활동을 하며 화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20년 전 옥천에 이사와 넓은 마당에 전국에서 구한 꽃을 심어 화단을 만든 계기로 압화 작업을 시작했다. 

옥천도서관에서 열었던 첫 개인전, 작품에 대한 호평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작업했다. 그렇게 이룬 개인전 5회와 다수의 단체전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성과, 현재 <사>한국미술협회 옥천지부 옥천미술협회 지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이 작가와의 만남은 ‘제18회 옥천미술협회 미술 정기전’에 전시된 그녀의 압화 작품이 호평받으면서이다. 이번에 ‘작약’과 ‘계곡’ 2점을 전시했고 ‘겨울’ 작품 2점은 도록으로 발표했다. 새로이 작업한 신작으로 향후 개인전을 할 예정이다.

실패하면 다시 해야 하는 힘든 작업

이 작가의 ‘계곡’은 무주 구천동에 다녀온 후 나뭇잎과 풀, 꽃을 채취해서 핀셋으로 하나하나 수놓듯 매트 위에 올려서 몇 번씩 말리고 압착해서 작업한 작품이다. 압화는 조형예술의 일종으로 꽃과 잎을 눌러서 말린 그림을 말한다. 

‘계곡’은 먼저 작업 재료 수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수채화나 유화는 물감만 있으면 작업이 가능한데 이 작품은 나뭇잎과 풀, 꽃 등 재료가 없으면 할 수 없다. 작품에 사용된 풀은 50포, 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풀의 채취와 구입, 그 외 재료별로 한 보따리씩 준비가 있었다.

이후 작업은 유화의 경우 지우며 작업할 수 있지만 압화는 실패하면 다시 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그러므로 풀숲의 모양 맞추기와 조화로운 칼라 표현이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작가의 상상으로 풀을 맞추고 모양을 내고 붙이고 압착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전체 그림, 즉 작품이 탄생했다. 

이 그림을 위해 평소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여 사물의 하나하나 눈으로 보고 느끼고 기억하는 훈련이 습관적이어야 한다.

이 작가는 화재를 낼뻔한 작은 사고도 있었다. “젖은 매트를 드라이기로 말리다 열로 인해 불이 붙어 책상을 두 번 태워 먹기도 했다. 지금은 고추 건조용 장비를 구입해 건조하고 있다”고 했다.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예술이 된다”

이 작가는 작업의 희소성에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다. 상당히 힘든 작업 속에서 봄에 계곡에 물이 흐르고 생명들이 하나씩 나오고 색을 나타낼 때 그냥 그림이 아니고 질감과 표현기법이 자연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같은 느낌을 좋아했다.

미술을 시작한지 18년, 전시작품 외에 ‘해바라기’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이 작가는 “개인전 전시를 위해 30점 내지 40점 만든다는 게 엄청 고되고 고통이 따른다”며 “작가는 창작활동을 해서 늦어도 3년에 한 번씩은 발표를 해야 한다. ‘압화’는 작업이 어려워 작업하는 화가가 많지 않다”며 예술에 대해서는 “그림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으로 영감. 재능, 감각이 있어야 하고 알아야 느낄 수 있다. 작품의 창작이라는게 반복되는 통상의 작품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는 사람들도 눈이 높아야 되지만 작가는 아는 만큼 보이니 많이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자연과 대화”하는 작품 세계

그녀는 겨울은 춥고 시리지만 그 속에서도 파릇파릇 올라오는 새 생명력을 발견하고 증명하는 작품으로 마음의 휴식을 선사한다는 일념으로 작업한다. 겨울의 언 땅을 헤치며 올라오는 따뜻하고 힘찬 몸짓의 자연과의 대화, 사람들이 가보진 못했어도 가봤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는 휴식 같은 곳에서 자연과 소통하기를 바랐다. 이 작가는 “자연을 보면서 좋은 생각,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고 노는 즐거운 상상, 자연과의 대화로 나 스스로 정신적 치유를 받는 그런 의미에서 작품을 했다”고 했다.

이미자 작가의 압화 작품 ‘작약’이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장에 전시돼 있다.
이미자 작가의 압화 작품 ‘작약’이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장에 전시돼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