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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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01)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1.11.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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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리

고려시대 한 선비가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무신들의 횡포에 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리고 원나라의 말발굽은 개경을 초토화시켰으며 왕과 무신들은 강화도로 숨어 버렸다. 탄식하던 선비는 후일을 기약하며 깊은 산중으로 들어갔다. 

세월은 유수와 같아 선비는 늙은 촌부가 되었다. 뜻을 대신 펼쳐 줄 아들을 기다리며 낳은 자식이 딸만 아홉, 막둥이를 ‘고만이’라 이름 지었다. 이유는 이제 그만 아이가 생기지 말라는 뜻이다. 

고려가 원나라의 속국이 되어 선비는 아내를 잃었고 자식들은 잡혀갔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온 고만이는 나이든 아버님을 극진히 모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둥번개와 장대비가 쏟아 내리던 날 고만이는 봇도랑에 처박힌 채 죽고 말았다. 그 자리에 이름 모를 풀이 돋아났는데 뽑고 뽑아도 계속 올라왔다. 여름에는 빨갛게 피멍 든 하얀 꽃도 피웠다. 사람들은 고만이의 이름을 따 ‘고마리’라 부르게 되었다. ‘꿀의 원천’이 꽃말이다.

초롱꽃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올림포스에는 신들만이 먹는 황금능금 과수원이 있었다. ‘캄파뉴르’라는 예쁜 소녀가 과수원을 지키며 살고 있었는데 이 귀중한 과일을 호시탐탐 노리는 나쁜 무리가 있었다.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캄파뉴르’가 잠들 무렵을 틈타 능금나무 밑으로 들어갔다. 이를 직감한 그녀는 서둘러 은종을 흔들었다. 종소리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한 과수원 구석구석에 울려 퍼졌고 당황한 젊은이는 칼을 뽑아 ‘캄파뉴르’ 가슴을 찌르고 도망쳤다. 꽃의 여신 ‘플로라’는 ‘캄파뉴르’의 죽음을 가엾이 여겨 그녀를 아름다운 초롱꽃으로 만들어 주었다. 

초롱꽃은 다년생 초본으로 반그늘 토양에 관상용으로 키우는 야생화이다. 키는 40~100㎝ 잎은 길이가 5~8㎝로 가장자리에 불규칙하고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백색 또는 연한 홍자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찍혀 있고 길이는 4~8㎝이며 꽃 통은 3.5㎝로 긴 꽃줄기 끝에 종 모양을 한 꽃이 달려 아래를 향해 피는데 ‘인도, 침묵’이 꽃말이다.

주황색실국화

옛날 중국에 조목(周穆)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인도에 가 법화(法華)를 전수하여 이것을 자동(慈童)이란 사람에게 전했다. 자동은 수백 년이 지나도록 늙지 않았으며 얼굴도 소년과 같았다. 그는 800살까지 장생했다 하는데 위문제(魏文帝) 때에 이름을 팽조(彭祖)라 고치고 문제에게도 이 비법을 전했다. 문제 역시 이 비법을 받아 장생했다. 이는 국화(菊花)로 술을 담근 연명주를 마시는 것이었다고 한다. 800살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느 정도 과장된 얘기겠지만 아무튼 국화를 먹고 장수한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내 전부를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라는 전설만큼 좋은 꽃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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