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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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밤으로
  • 김용현 법학박사, 시인
  • 승인 2021.11.11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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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엽수 틈 없이 들어서고 빼곡히
머언 하늘에 비구름 지날 때면
지나간 날 틈새로 비치던 햇빛을 그리는 키 작은 잡목들
어둠은 독재처럼 무겁게
처진 어깨를 짓누르며 의식의 세계로
내려 쌓이고, 이때
흔적마저 희미한 산길이 일어서려다
다시 무릎 꿇는 올빼미 울음소리가 적막을 헤집는다.
빗살처럼 꽂히는 방패를 피한 빗방울이
은은히 들리는 뇌성 소리에 떨리다 섬찟
번지는 섬광
불규칙한 전선의 작전명령에
햇빛은 하나의 바람일 뿐
빛이여! 영광이여!!
빛바랜 나의 초라한 과거에 어둠의 검은 채색을
하고 싶다. 그리고

지친 영혼의 헤매 돎에서
삭을 대로 삭아 퇴락頹落한 나의 꿈은 이제는
깨어나야 할 것 같다
시들어버린 꽃잎 혹은
그 꽃을 바라보던 그윽한 눈동자에
절망으로 점지된 그 깊은 숲속 어디에서
썩은 잎들의 시신에 덮여 숨어 있을 나의 유년의
별자리를 다시 찾아 그을린 검댕을 털고
염산가루 충분히 묻혀 광을 내야지
급촉急促하게 다가오는 바람 군단의 발자국 소리
해진 옷자락 여미고 쳐다보는 하늘에
거기도 하늘이 있던가 몽롱한 눈을 비비면
어둡다 의식을 가누려 고개를 흔들면
새까맣게 타오르는 목마름
이 숲 어디엔가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있을 것이라는
신앙 같은 소망이 물구나무선다.
숲속의 밤은 늙은 여우들의 한숨을 숨긴 채
한없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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