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면서생(白面書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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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면서생(白面書生)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11.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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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살아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언변이 뛰어나 정치인으로, 어떤 사람은 지식이 많아 학자로, 또 어떤 사람은 타고난 상술(商術)로 장사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저마다 독특하고 분명한 재능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이도저도 아닌, 그저 남의 흉내만 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다시 말해, 자신만의 분명한 컬러가 없이 남이 이뤄 놓은 업적을 마치 자신이 이룬 것처럼 허풍을 떠는가 하면, 남이 이뤄 놓은 업적을 아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파렴치한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렸을적부터 분명한 교육이 안돼 있거나 자신의 발전에 게을리한 부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더 큰 소리치고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목에 핏대를 세운다.

때는 중국 남북조 시대, 남조 송나라 문제와 북조 북위의 태무제는 때로는 전쟁을 하고 때로는 화친을 맺는 대립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북위가 군사를 일으켜 유연을 공격하자 송나라 문제의 뒤를 이은 무제가 대신들과 함께 북위를 칠 계획을 의논했다. 그때 장군 심경지가 출병을 반대하며 말했다.

“밭가는 일은 농사짓는 머슴들에게 물어 보아야 하고 베짜는 일은 하녀들에게 물어야 하는 법입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적국을 치려 하시면서 한갓 백면서생(白面書生)들과 의논을 하고 계시니 어찌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심경지가 귀족이나 대신들을 백면서생에 빗대면서 간곡히 말렸지만 무제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출병했다가 황하를 넘어 온 북위의 대군에 대패하고 말았다.

바로 그거다. 전쟁을 준비하는 지도자가 전쟁에 대해 아무 경험이나 지식도 없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군사가 어떻고 전술이 어떻고 하는 말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특정 분야에 아무런 지식도 없는 사람이 눈 앞의 돈에만 혈안이 되어 마치 그러한 일을 하면 자신에게 돈이 그냥 굴러 들어올 것처럼 생각을 하고 얼치기들과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한들 결코 성공할 수도 없거니와 그러한 생각을 한 자체가 엄청난 시간과 정력만 소비할 뿐이다.

일천한 경험, 조직 전체 와해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무제와 같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선거에 대해서는 아무런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정치가 어떻고 인물이 어떻고 야단이다. 경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도 없는 사람이 증시가 어떻고 기업이 어떻다고 수군거린다. 아무런 지식의 바탕도 없는 사람이 교육이 어떻고 미래가 어떻다고 떠든다.

본시 문제란 그에 대한 전문지식(학식이든 경험이든)이 풍부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 그저 몇 번 해당 분야에 발을 담갔다는 일천하기 그지없는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 들었다가는 자신은 물론 조직 전체가 공멸하는 결과 밖에는 달리 얻을게 없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올해로 40여 년 가까이 글을 써오고 있다. 그러나 매번 긴장이 되고 두렵다. 혹여 필자가 쓴 글로 인해 단 한명이라도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거나 허위의 사실을 사실인 양 호도하는 일이 있다면 그에 따른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신중하게 쓴 글이라도 살피고 또 살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몇 달 아니 몇 년 특정 분야에 종사했다고 해서 마치 자신이 대단한 전문가라도 되는 양 우쭐거리는 작자들을 보면 한심함을 넘어 측은지심까지 느껴지곤 한다.

지금은 분명한 지방자치시대다. 지방 스스로 다스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곳 옥천군 역시 700여 명의 공무원들이 있다. 하지만 각자 맡은 분야에서 얼마만큼의 전문가적 소질을 가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특히, 특정 기술이 중시되는 기술분야의 경우 더욱 중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과거 내가 그 업무를 몇 번 담당한 경험이 있으니 나에게 맡겨라는 식의 사고는 매우 위험하다. 작금의 시대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어제의 지식(경험)은 오늘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백면서생과 같은 사람들이 군의 발전과 군민의 복지를 부르짖고 있는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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