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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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102)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1.11.1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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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팔꽃

옛날 고대시대, 신과 사람이 공존할 때의 이야기다. 세상을 다스리는 신들이 중요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개구쟁이 두 아이가 신들의 회의를 몰래 엿듣게 되었다. 신들의 회의는 절대로 인간이 엿들으면 안 되는데 규칙을 어기고 호기심에 엿듣게 된 것이다. 

신들은 이 사실을 알고 엿들은 아이들을 불러 벌을 내리려고 하는데 끌려간 아이들이 두려움에 떨면서 무릎을 꿇고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그러자 신들은 용서해 준 조건으로 오늘 있었던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규칙을 지키면 행복을, 규칙을 어길 때는 저주를 내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마음 약한 한 아이가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엄마에게 말했다. 그러자 신들은 크게 분노하여 규칙을 어긴 아이를 악마의 나팔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악마의 나팔꽃은 용서를 바라며 하늘을 향해 피고 규칙을 잘 지킨 아이는 신들의 말씀을 전하는 천사의 나팔꽃이 되어 땅을 향해 피어 인간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고 있다고 한다. ‘덧없는 사랑’이 꽃말이다.

가막살나무꽃

가막골에서 태어난 ‘가마’는 세살 때 부모가 돌아가시고 가마는 이웃 할머니에게 오빠는 소금장수에게 팔려갔다. 세월이 흘러 가마는 어여쁜 처녀로 자랐고 이웃집 머슴 중 유난히도 가마를 좋아하던 총각은 오랜 구애 끝에 가마와 결혼했다.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가마네 집에 하루 묵게 되었는데 어릴 적 가마와 오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릴 때 헤어진 오빠가 지금의 남편이라는 걸 알게 된 가마는 음식을 전폐하고 자리에 눕게 되었고 단란하던 가정은 초상집으로 변해 버렸다. “내가 죽거든 이 몸 가막골에 묻어 주오”라는 말을 남긴 채 가마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듬해 가마의 무덤에서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났다. 그 나무에는 행복했던 날같이 가지마다 환한 꽃송이가 피어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은 천륜의 아픔같이 붉은 열매가 방울방울 열렸다. 사람들은 가막골 가마의 무덤에서 자란 나무에서 핀 꽃이라 하여 ‘가막살나무꽃’이라 하였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가 꽃말이다.

라넌큘러스

라넌큘러스는 개구리를 의미하는 라틴어 라이나(rana)에서 유래하였다. 주로 연못이나 습지에서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동화 ‘개구리 왕자’에 이 꽃이 등장한다. 마법에 걸린 개구리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키스를 받은 후 멋진 왕자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왜 하필 개구리였을까? 아무리 사랑해도 미끌미끌한 개구리에게 키스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개구리 왕자처럼 볼품없는 미나리 같은 줄기에서 장미처럼 화려한 라넌큘러스 꽃이 피어난다는 이야기이다. ‘매력, 매혹’이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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